나눠서 적고나면, 별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녕하세요,
물음표노트를 작성하는 강훈구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여러 질문들이 댓글로 남겨집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질문이 '이런 글을 왜 쓰시는 거예요?'인데요. 보통 아주 사적인 글을 적을 때 달립니다. 이를테면, 막노동을 하다가 부동산을 하게 된 계기라든지 가족에 대한 얘기들이 대표적이죠. 이런 글은 굳이 대대적으로 적을 필요가 없을 텐데, 왜 적을까요?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3가지 정도 될 것 같아요.
첫째,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적습니다. 내 일기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댓글이 달린다는 것이 정말 재미가 있었어요.
둘째, 저라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글에 진정성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상에 제가 아무리 훌륭한 글을 적어도 저라는 사람을 모른다면, 그 훌륭한 글에서 아무런 감동도 정보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셋째, 약속을 지키려고 적어요. 여기서 말하는 '약속'이란, 세상 사람들이 가장 어기기 쉽다는 '나와의 약속'입니다. 알고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어기는 사소한 약속이지만, 이걸 어기는 사람을 신뢰해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여의치 않으면 못 적는 날도 있었지만, 가급적이면 위와 같은 이유로 글을 적었어요.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나 자신을 남들에게 먼저 얘기를 해주거나, 나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솔직히 처음에는 글을 적는 것이 너무 귀찮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억지로 버티며 글을 적으니, 점점 글 적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흰 종이와 쉬지 않고 깜빡이는 커서가 저를 압박하는 것 같았죠.
재미가 없어진 것 같았어요. 글을 적는 것 자체가 일이 된 것 같았죠. 뭔가 글을 적으려면 상당히 유익하고 멋진 글을 적어야 된다는 강박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점에 잠시 블로그 운영을 멈췄어요. 그리고 시작한 것이 '무작정 책 읽기'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글을 적는지 궁금했었거든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뭔가 저명한 위인들의 글을 읽었다면, 이런 생각을 못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다 보니, 별의별 사람들이 책을 적는 시대더라고요. 제가 본 책 중에서는 이런 글귀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하고 담백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뽐내지 않고 속 시원한 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글' '어렵지 않은 글'을 구상한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종이를 반으로 적는 것은 단순해요. 복잡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죠. 단순히 흰 백지였다면, 뭔가를 적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접었기 때문에 2쪽과 그를 나누는 경계선이 생겼어요. (간혹 그 경계선에 뭘 적으려는 변태들도 있지만...)
주로 왼쪽에는 나쁜 일을 적었습니다.
반대로 오른쪽에는 좋은 일을 적었어요.
어떠한 경우에도 한 쪽만 채워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나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도 있었어요. 이게 인생인가 봅니다.
왼쪽에 나쁜 일을 미리 적는 것은 오른쪽 보다 왼쪽을 먼저 보이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다 그렇잖아요? 좋은 일보다도 나쁜 일이 머리에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그것부터 적어요. 이걸 차분히 적고 있으면 이상하게 화가 점점 식어가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그리고 나한테 일어난 좋은 일은 없는지 적어보세요.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좋은 일을 적다 보면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어요.
그렇게 한 장을 완성하면, 왼쪽에는 나쁜 일이 가득하지만, 오른쪽에는 빼곡하게 좋은 일들이 적혀 있습니다. 왼쪽의 나쁜 일을 인정하며 오른쪽의 좋은 일로 참을 수 있게 돼요. 이걸 반복하다 보니, 나쁜 일이 저한테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고요. 단순히 복잡한 생각을 한 장에 나눴을 뿐인데 말이죠.
인생은 그런 것 같아요. 마냥 좋을 수가 없고, 마냥 나쁠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진짜 이유는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함 때문에 생각이 멈추질 않습니다. 그런 소모적인 활동 때문에 인생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막상 나눠보고 정의하면 정말 간단한 문제인데 말이죠.
명확하게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나눠보세요. 종이를 정확히 반으로 접어 글을 적기 시작하면, 많은 일들이 새로워질 것입니다.
※ 원문 : 물음표노트(https://goo.gl/KtXz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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