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40주년 콘서트를 다녀와서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재능이 특출하지 않아 취미로만 즐기고 있지만 음악은 내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특히 좋아하는 장르를 고르라면 거친 느낌의 락음악과 감성적인 발라드다. 그리고 멜로디보다는 그 멜로디를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이런 나는 임재범의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 시나위 시절의 음악부터 인생을 이야기하는 최근의 앨범까지 두루 좋아한다. 하지만 여태껏 한 번도 그의 콘서트를 간 적이 없다. 늘 가고는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꼭 가야지'라고 생각만 했었다. 그러다 최근 미디어를 통해 그의 은퇴 소식을 들었다. 지금 진행 중인 40주년 투어를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온다는 것이었다. 놀란 마음에 남은 콘서트 일정을 확인하여 일산 킨텍스 공연을 예약했다. 그렇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그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임재범은 62년생, 만 64세이다. 그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피지컬을 요구한다. 그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더 이상 무대에서 예전의 기량을 보여주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늦기 전에 내려 놓는다고 했다. 스크린에 잡힌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약 10년 전,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를 더욱 깊게 좋아했던 시절, 그때에 비해 더 나이 든 모습이었다. 내가 나이 드는 만큼, 그도 나이를 들었구나.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 시간만큼 나이가 들었지.
그는 지난 40년의 음악인생을 통해 전했던 노래들을 주제별로 2~3곡씩 묶어 공연하였다. 사랑, 시련, 인생, 사람, 관계가 임재범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였다. 많은 메시지 중에 'Forget to the past and move on'과 같은 의미의 메시지가 있었다. 위로가 됐다. 중년에 접어들며 지난 시간들과 저물어 가는 육체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날이 많았는데, 이 메시지는 최소한 살아온 날 만큼의 남은 날이 있는 나에게 다시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번 공연의 제목은 '나는 임재범이다'이다. 임재범은 공연을 시작할 때 이 문장에 '임재범' 대신 각자의 이름을 넣어 외치자고 했다. 내 이름을 이런 식으로 불러보는 것이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예전에는 꽤 가볍고 즐겁게 하던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마음 무겁게 내려앉는 질문이 되었다. 지나온 삶의 후회가 나를 보잘것없는 존재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일까? 그래도 앞으로 잘 살면 되겠지. 잘 사는 건 뭘까? 임재범처럼 본인이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잘 사는 모습 중 하나인 것 같다.
나는 아직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건 최소한 60세를 넘긴 뒤에 하고 싶다. 그때까진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도 괜찮을 만큼 후회없이 살고 싶다. 내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매일을 감사하며 충실하게 살아가야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