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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재 Dec 21. 2021

소개팅에서 자존감 지키기

일희일비 말고 초지일관!






모든 경험은 인생에 크고 작은 의미를 남기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경험이 오랜 시간 동안 기억 속에서 괴롭힐 때가 있다. 가령 어렸을 때 먹고 탈이 나 이제는 쳐다보는 것조차 힘든 음식이 있다거나, 상처로 남은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처럼. 우리는 모두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소개팅 역시 그렇다. 잘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기 힘든 것이 보통이다. 거절을 하거나, 당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마음에 크고 작은 생채기가 남는다. 일종의 작은 이별을 거듭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도 함께 늘어난다. 


끊임없이 엇갈리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도대체 내 어디가 별로였던 거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외모? 성격? 아니면 나도 모르는 내 하자가 있었나? 그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의심이 이어지다 보면 우울감도 찾아온다. 답이 없는 문제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그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이 굴레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답은 ‘초연함’에 있다.



어쩌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지금 멈추길 바란다. 당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숨겨진 매력을 모두 보여주기엔 시간은 부족하고, 상대방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그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줄 사람은 분명히 있다.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


섬세한 성격을 가진 나는 반복되는 실패에 지친 나머지, 그 원인을 나의 성격에서 찾으려 했다. 그래서 한때는 ‘이상적인 성격’을 가장해 연기를 하기도 했다.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과묵하면서 행동은 느리지만 예의가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런 모습이 이상형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러나 나에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과묵한 모습은 '노잼'으로 바뀌었고, 그런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신에게 조차 진심이 아닌 모습이 상대에겐 어떻게 느껴졌겠는가. 무엇보다 그렇게 자신을 속여가면서까지 외로움을 덜어내고 싶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이었다.



연애 상대를 찾기 전에 가장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와 맞는 사람은 어떤 부류인지부터 알아야 했다. 옷을 살 때에도 평소 입는 사이즈를 고려하듯, 사람을 만날 때에도 내가 어떤 사람과 케미가 맞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 더 이상 낙담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흘려보내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 모든 사람도 나를 사랑해줄 수는 없다. 이 평범한 사실을 우리는 잠시 잊고 살 때가 있다. 소개팅에 지쳤다면, 자신에게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걸 찾아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준다거나, 작은 성과를 내는 일을 해볼 수도 있다. 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있다. 생각보다 행복이 먼 곳에 있지 않음을, 그리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할 수 있단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고 행복을 느끼다 보면, 처음 본 사람이 판단하는 나의 모습은 결코 온전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결국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 또한 자신이니까. 행복을 먼저 찾고 난 뒤, 다음 스텝으로 그것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면 된다. 그렇게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스쳐가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빛나는 인연을 발견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태도가 어떻든, 그 혹은 그녀가 거절을 하든 말든 개의치 말고 항상 당당하라. ”난 이미 충분히 예쁘고 멋져. 그걸 모르는 너가 불쌍해”란 마음가짐이 분명 필요하다. 나의 자존감이 충분히 단단해진다면, 고작 얼굴 한번 보고 헤어질 사람 때문에 애타지도, 고민하지도, 마음 쓸 필요도 없단 걸 깨닫게 된다.


소개팅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어떤 상황에서든 초연해지라.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오직 당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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