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리필 돼지갈비 식당
돼지갈비를 20인분 정도 먹었다.
학창시절의 형과 나는 돼지갈비집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말없이 갈비를 뜯고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커다란 선풍기 아래에서는
주인 아저씨가 동그란 통에 숯불을 피우면서
돼지갈비의 달달한 향기를 온 동네에 흩날렸다.
봄날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벚꽃 잎에 취하듯
돼지갈비 향기에 이끌려 식당에 들어가면
그 양념이 타면서 만들어낸 연기 사이로
긴 복도를 따라서 양 옆으로 테이블이 길게 있었다.
신발을 벗고 자리에 올라가서 앉으면
주인아저씨는 기다랗고 넙적한 무쇠 막대기에 꽂힌
새빨간 숯불을 바로 테이블 중앙에 꽂아 주셨고,
아빠는 더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돼지갈비 4인분과 소주 한병을 주문하셨다.
처음 4인분은 구우면서 사라졌다.
불판을 갈고 추가로 2인분을 주문했다가
너무 적은 접시위 고기의 양에 새삼 놀라며
추가로 4인분을 더 주문했다.
그렇게 10인분 정도 먹고 나면 숯불이 약해져 있다.
동그란 숯을 너덧개 더 넣고
다시 판을 갈고 나서 공기밥을 시키고서는
고기는 소심하게 2인분씩 추가로 시킨다.
이때부터는 두 형제의 먹는 속도가 느려졌기에
엄마와 아빠는 익은 고기를 본인들 앞접시에
한 두점씩 둘 수 있으셨던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그때 쯤 나도 배가 좀 차서
허기짐을 이기고, 제정신을 차리고, 음식의 맛을 느끼며
엄마와 아빠가 고기를 드시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아빠는 두 아들놈이 먹어치우는게 무섭다고 말씀하시며
두 병째 소주를 거의 다 비우고 계셨다.
엄마는 아빠한테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소리치고 계셨고,
형은 돼지갈비를 구우며 신나게 먹고 있었으며,
나는 2인분을 더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20인분이 되었다.
.
난 내 아버지처럼 똑같이 두명의 아들을 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돼지갈비 집을 자주 찾는다.
소고기를 파는 집은 깔끔한 외관에 발렛파킹 부스가 있고,
자동문으로 열리는 식당에 들어가면
많은 종업원들이 웃으며 인사하고, 맞이한다.
그리고 각 방에 앉아서
여러가지 밑반찬을 먹으며
딱 소리에 켜지는 가스식 불판 위에서
조용히 구워지는 소고기를 바라본다.
반대로 돼지갈비를 파는 집은 예나 지금이나 정신없다.
여기저기서 술에 취한 사람들의 고성이 오가고,
개별로 구성된 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며,
고성이 섞인 "조심해요" 라는 소리 뒤에는
누구 뒷통수 하나 지질 것 같은 시뻘건 숯불이 왔다갔다 한다.
숯불 위로 은색불판이 올라가면
돼지갈비는 연기를 내면서 시끄럽게 구워진다.
자주 뒤집어줘야 타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틈도 없이
먹는 사람도 굽는 사람도 바쁘다.
.
그래도 돼지갈비 집을 점점 더 찾는 이유는
두 아들이 점점 더 커가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먹으면 몸이 편한데 마음이 불편하고,
돼지고기를 먹으면 몸이 불편한데 마음이 편하다.
아무래도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마음이 편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 까닭이다.
그 중에도 무한리필 돼지갈비 집은 추가 과금의 부담없이
돼지갈비 뿐만 아니라 삼겹살, 목살 등 다양한 고기 뿐만 아니라
간단한 뷔페류도 제공하기에 성장기 아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 자주 찾게된다.
이 식당은 고기와 반찬이 셀프를 넘어서
요즘은 불판 교체가 셀프인 것도 모자라
숯불 조절도 셀프로 하도록 양념통에 불조절용 물도 넣어준다.
이정도면 조만간 돼지고기 양념 재는 것 부터 셀프로 시킬 기세다.
셀프항목이 늘어나는 이유는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결과인데
이 식당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셀프를 늘이고, 직원을 줄이는 대신 리필이 가능한 고기종류와 떡볶이, 튀김 같은 메뉴가 늘어났다.
고객과 회사가 같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의 적절한 타협점을 계속 고민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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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시절 고기를 마음껏 먹는 일은
파란 눈에 키크고 머리카락이 노란 미국사람들이 티브이에 나와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 한국도 그렇게 발전한걸 보면 새삼 놀랍다.
그만큼 옛날엔 음식과 고기가 귀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더 귀한 시대가 된 것이다.
조선시대 귀한 인재들이 성균관에 모여
진사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듯이
귀한 사람들이 모여서 오늘도 돼지갈비를 마음껏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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