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가진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곳
우리 삶은 고된 노동의 현장이다.
노동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거나
공사 현장의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노동이란
사무실에서 앉아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일이기도 하고,
Creative 한 공간에 앉아서 Hip한 옷을 입고
정신적으로 노력을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더 넓게 생각하면 두명의 아들과 놀아주는 것도
재미는 있지만 힘든 노동이기도 하다.
노동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활동이다.
그러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소중한 요소 중 하나는
'밥' 이라는 건데 이러한 욕구를 가장 잘 채워주는 것은
'함바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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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집은 일반적으로 건설현장 옆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인부들이 마음껏 퍼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함바'는 임시 건물을 뜻하는 일본어
한바(はんばㆍ飯場)에서 유래되었다.
함바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땀냄새와 안전화의 진흙의 느낌 때문인지
요즘은 '한식뷔페'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화장을 하고, 여러 형태로 변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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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함바집이라면
노동자들의 배를 채워야 하는 목적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빨리 먹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밥 먹고 잠깐 낮잠을 잘 수 있다.)
그리고 메인 메뉴에 항상 육류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오후 간식을 삼립 빵으로 버틸 수 있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더이상 함바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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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국시, 돈까스'는 함바의 기본에 충실하다.
뷔페 형식으로 운영되서 엄청난 회전율을 자랑하는데
그에맞춰 주방에서는 연신 돈까스를 튀겨서 올려놓는다.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은 샐러드, 부추무침, 스프같은
돈까스 부자재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최애반찬인 제육볶음, 잔치국수, 빵, 음료, 묵 등을
계속 준다는 것이 다르다.
'이공국시'라는 브랜드를 찾아보니
무한리필에 기반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국에 있는 위치를 보면
포천, 양주, 남양주, 철원 등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권과 사뭇 다르다.
그 상권의 고객은
내륙지역 산단에서 일하는 근로자,
국도를 따라 지나가는 운전 기사,
펜션이나 관광지를 가는 가족 단위 손님을 대상으로 한다.
이것은 밥을 대놓고 먹는
찐 알짜 고객을 가지고 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형 차량과 사람의 진입이 쉬운 도로변에 위치하고,
간판의 크기는 커야 하며, 한번 먹을 때 토하도록 퍼먹어서
단 한번의 방문에도 그 이름을 잊을 수 없게 각인시켜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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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0원에 돈까스를 마음껏 먹으면 너무 느끼해서
2천원을 추가해서 비빔국수를 시켜먹게 되고,
비빔국수를 무한으로 먹으면 또 매운맛에 빠져
다시 돈까스를 먹게 되는 무한루프를 타버린다.
그렇게 배가 터지게 먹고나면 내가 낸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이렇게 팔아도 남을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배가 부르니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처럼
사장님 걱정을 할 정도로 너그러워지고
배부름을 내려앉히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게 된다.
이것이 함바집의 기본이고,
이 집이 가지고 있는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