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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훈희 Nov 14. 2023

삶의 목적, 아니 그 의미에 대하여

제주도의 작은 독립서점에서 찾은 작은 의미들

책방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다.


책방이 주는 공간과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

그리고 책을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마음의 변화를 찾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렇게 책방의 문을 여는

사람들의 목적은 모두 다르다.


소설을 집는 사람은 잠시라도 현실을 떠나

그 책 안의 또 다른 세계로 가고 싶어 하고,


수필을 집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작가의 경험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어 하며,


재테크나 자기계발서를 집는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돈을 벌거나 성공하고 싶어 하고!


문제집을 집는 사람은

부족한 분야에 대한 성적이 오르고 싶어 한다.


그렇게 책방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삶 속에

어딘가 부족한 작은 부분들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한다.


.


대형 서점은 소비자의 이러한 목적과 욕구를

매우 예리하고 명확하게 간파한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베스트셀러를 선정하고,

출판사의 마케팅을 통해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손이 가는 섹시한 제목의 책들을 보기 좋게 진열한다.


그리고 그 책들은 화려한 표지로 나에게 이야기한다.

'남들이 다 보니깐 너도 이 책을 봐야 해'

'너 에겐 이게 부족하니 이 책을 사보면 발전할 거야'

'한 권 만 사지 말고 여러 권을 사야 주차권도 주고,

포인트도 더 주니 너에게 이익이야'


그렇게 자극된 구매욕구 덕에 서점을 다녀오면

표지와 목차만 잠깐보고 알고리즘을 통해

주입된 책들이 하나 가득 들려있다.


그렇게 아직 펴보지도 못한 책들이

그 어떤 목적을 향해 살아가는 나의 욕구와 만나서

내방 책꽂이에 꽂혀지지만 결국 며칠 뒤

목적을 잃고 먼지만 쌓여간다.


.


내가 항상 들리는 제주도 한경면의 독립서점은

그곳을 찾은 나를 한 명의 소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목적을 갖고 이곳을 찾아왔는지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냥 그 자리에 조용히 존재할 뿐이다.


그곳은 책방 주인이 중심이며

그가 마련한 공간에

그가 좋아하는 책을 놓고

그의 마음에 맞게 운영되며,

나를 위한 특별한 혜택도, 홍보도 없다.


아무리 육지에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할지라도

이 섬에 있는 작은 책방의 베스트가 될 순 없다.


오히려 책방 주인이 추천하는 책들은

제목을 알 수 없게 표지가 가려져 있고

할인은커녕 약간의 포장비를 받는다.


그런데 그 책이야 말로

책방 주인이 어쩐지 내 마음을 읽고

나에게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것 같아

매번 집어 들고서는 차분하고

또 느린 속도로 끝까지 읽게 된다.


그렇게 그 책방에서는

비록 단 한 권의 책을 사더라도

나를 위한 그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


그 안에서

책을 뽑아보는 것,

좋은 책을 같이 이어서 필사하는 것,

작품 속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것,

오래된 티브이 안에 책이 들어가 있는 것,

제주라는 지역이 가진 이야기를 함께 하는 것.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가는 길이 옳은 방향인지

남들에 비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나에게 그 어떤 것도 묻지 않고,

뒤처지지 않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재촉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냥 책을 집어 들고

나와 삶에 대한 의미를 느끼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 보면

이 책방은 조심스레 속삭여줄 뿐이다.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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