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란 무엇입니까?"
"회사원이라는 사람이 회사가 뭔지 몰라!?"
"압니다. 너무 잘 알지요.
우리 회사 정관 제1조 2항
이 회사는 아래의 업무를 영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회사는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많은 회사원들은 가끔씩 회사의 정의와 목적을 잊는다. 아니 스스로 잃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업무를 하기보다 자신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행동하고, 그것들이 회사의 업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착각인지 조차도 잊어버린다.
상사에게 잘 보여서 성장한 회사원 일수록 자신과 똑같이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추는 직원을 키워준다. 업무 능력은 당연히 뒷전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그동안 해온 건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업무 능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원들이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회사의 목적과 정의는 불분명 해져서 회사는 점차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상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부정적인 보고서는 ‘그러한 분’들에 의해서 중간에 걸러진다. 그래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어도 ‘그러한 분’들은 항상 업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고, 회사 비용인 야근식대로 술과 고기를 탐닉하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항상 기분이 좋다. 물론 겉으로는 제일 일을 안 하면서도 제일 걱정하는 척 하기는 1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령 한 직원이 잘못되고 있다고 불편한 보고를 하면 ‘그러한 분’들이 총 출동해서 그 직원을 발본 색출해서 입을 막는다.
“왜 잘못되고 있는지 근거를 가져와”
“이 업무에 해당하는 법규를 모두 찾아와”
“보고서 형식이 이게 뭐야? 줄 간격 다시 맞춰 와”
이렇게 시간을 끌게 하면서, 본인의 임기 연장 혹은 승진 전에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어떻게든 미뤄둔다. 땅 속 깊은 곳까지 박혀있는 바위처럼 커다란 우려를 가벼운 모래알 같은 긍정으로 쉽게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야 ‘그러한 분’들의 상사를 항상 기분 좋은 상태로 만들 수 있고 본인의 생명도 연장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사는 조금씩 조금씩 침몰해 간다.
관리자, 책임자, 경영자일수록 아랫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소리만 듣기보다 불편한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본인이 아무리 맞다고 생각해도, 반대 의견을 내는 직원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윗사람이 보았을 때는 근거가 미약하더라도, 아랫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와 소신이 있는 것이고, 당사자는 그만큼 고민을 했다는 근거다.
반대로 윗사람에게 동조하고, 아첨하는 말은 고민 없이 습관적으로 쉽게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윗사람이 될수록 반대 의견을 소중히 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의 경험만을 믿고 당연시 여겼던 일들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고, 이성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옛 왕들이 정말 무지하고, 탐욕만 즐겨서, 아첨만 하는 간신배 몇 명에 의해서 몰락했을까?
아주 적은 가능성이겠지만 언젠가 내가 임원이 된다면 다 같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보고, 그때 웃으면서 날 따르는 사람을 발본색출하고 싶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자동차 제조회사이지만 3일 뒤부터 당장 밀가루를 생산하도록 하게.”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하고 “네.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회의시간에 한소리 듣고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퇴근하지만 이렇게 다니면 얼마 안 돼서 ‘그러한 분’들에 의해서 곧 발본색출당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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