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의 진짜 학위 증명서
지식인들의 어처구니없는 오답 노트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거나 눈앞의 자명한 사실을 놓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명문대 졸업장이나 화려한 학위가 지혜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는 진정한 교육이란 인간의 얄팍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자연의 질서를 따르고, 내 능력 안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쓰레기 데이터와 유의미한 정보를 걸러내는 궁극의 정보 리터러시이다.
학교는 복잡한 이론을 가르치지만, 정작 내 마음의 통제권을 쥐는 이 단순하고 위대한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감각사진]
두꺼운 전공 서적의 점자를 짚어 내려가던 손을 잠시 멈추고 창문을 열었을 때의 감각을 떠올려 본다.
손끝을 빽빽하게 찌르던 복잡한 학술적 개념들이 일순간 창문 밖으로 날아가 버리고, 뺨을 스치는 서늘하고 습기 찬 봄바람만이 남는다.
지식의 무게로 뻐근해진 뒷목을 길게 늘이며 텅 빈 허공을 향해 깊은숨을 들이마실 때, 폐부 깊은 곳부터 차갑게 씻겨 내려가는 그 명료하고 투명한 온도 말이다.
백 줄의 텍스트보다 한 줄기 바람이 자연의 질서를 더 직관적으로 일깨워주는 그 짜릿하고 가벼운 순간이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일침, 괴물의 이름 외우기.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수많은 신과 괴물의 이름을 달달 외우면서도 그것이 결국 낮과 밤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본질을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을 조롱했다.
오늘날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현란한 전문 용어와 복잡한 이론을 나열하지만, 결국 내 삶을 갉아먹는 진짜 괴물이 나의 무지와 통제 불능한 것에 대한 집착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다.
시스템의 구조나 법률적 지식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지만, 상황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오직 매일 매 순간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혹독한 자각과 성찰에서만 나온다.
맨발로 걷는 철학.
신발이 없어도 땅을 디디고 걸을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속성을 깨닫기 위해 반드시 으리으리한 대학 건물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축하해야 할 것은 학위를 취득하는 순간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헛된 욕망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온전히 수용하는 깨달음의 순간이다.
배운 사람이라는 껍데기에 취해 정작 가장 중요한 삶의 방향키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의 지적 오만함을 매일 아침 차갑게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