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바보들을 만든 탐욕의 알고리즘
천재들이 설계한 가장 멍청한 시스템
이천팔년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주범들은 뒷골목의 사기꾼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억 단위의 달러를 주무르던 월스트리트의 천재들이었다.
그들은 금융 시스템의 메타데이터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고, 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고도화된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똑똑한 사람들은 전 지구적 경제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가장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다.
세네카는 도덕에 관한 서한에서 그 이유를 명확히 진단한다.
탐욕과 야망이라는 오래된 악덕이 영혼을 병들게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탐욕은 아무리 뛰어난 지능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시스템이라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악성 코드인 셈이다.
[감각사진]
묵직한 점자책 수십 권을 책상 위에 아슬아슬한 높이로 쌓아 올렸을 때의 위태로운 감각을 떠올려 본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흔들림 속에서, 가장 아래에 놓인 책의 모서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지려는 찰나의 팽팽한 긴장감이 신경을 곤두세운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아주 작은 미풍에도 거대한 종이탑 전체가 굉음을 내며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 서늘하고도 아득한 온도 말이다.
견고해 보이지만 실상은 텅 빈 욕망의 부피로 버티고 있는 카드의 집처럼, 언제 무너질지 몰라 손바닥을 끈적한 땀으로 적시는 아찔한 불균형이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맹목적인 욕망
우리는 스스로 가벼운 욕망을 좇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상은 격렬하게 탐욕을 부린다.
금융위기를 일으킨 자산가들도 처음에는 그저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속였을 것이다.
하지만 탐욕은 지식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카드로 지어진 욕망의 집은 아주 작은 바람에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정보 소비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더 많은 조회수, 더 자극적인 알고리즘, 더 빠른 피드백이라는 탐욕에 눈이 멀어 가짜 뉴스와 확증 편향이라는 모래성 위에 위태로운 정보 사회를 건축하고 있다.
똑똑한 척하지만 사실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바보가 되어가는 중이다.
무너진 자리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철학
불행한 사태가 터진 후에 금융가들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다.
하지만 세네카의 통찰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직시해야 할 것은, 욕망과 악덕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우리의 이성을 유혹할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이다.
완벽한 백신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듯 탐욕을 영원히 차단할 방법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는 내 안의 알고리즘이 욕망에 의해 왜곡되고 있지 않은지 매일 매 순간 의심하고 점검하는 깐깐한 자각뿐이다.
카드의 집이 무너진 폐허 위에서 우리가 다시 세워야 할 것은 더 정교한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의 어리석음을 통제할 줄 아는 단단한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