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밖의 사람들과 진화하는 정보 격차
모두가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시대이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전 세계의 지식이 쏟아지는 이 풍요로운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 불평등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헌정보학의 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면 화면 밖의 현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챗먼이 발견한 우물 안의 삶과 정보 빈곤
정보 격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아야 한다.
앨프리다 챗먼은 1990년대 여성 수감자 미화원 고령 여성 등 소외 계층의 삶에 깊숙이 뛰어들어 정보 빈곤이라는 놀라운 이론을 정립했다.
그녀의 1999년 연구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감옥이라는 좁고 순환하는 삶 속에서 자신들만의 규범을 만든다.
이들은 바깥세상의 유용한 정보라도 자신들의 예측 가능한 일상을 방해한다고 느끼면 의도적으로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또한 1996년 연구에서 챗먼은 정보 빈곤층이 위험 감수 비밀 유지 기만 상황적 적합성이라는 네 가지 기제로 무장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타인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취약한 처지를 숨기려는 자기 보호 본능 때문에 꼭 필요한 정보조차 구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정보활용능력 교육 모형을 개발할 때 단순히 기기 조작법을 넘어서 그들이 세상과 정보를 대하는 심리적 장벽부터 섬세하게 허물어야 함을 시사한다.
정보의 부재는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에서 피어나는 독버섯인 셈이다.
진화하는 격차 접근성에서 알고리즘까지
시간이 흘러 세상은 디지털화되었지만 격차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고 진화했다.
보 키니의 2010년 연구는 공공도서관이 소득에 따른 컴퓨터 보급 격차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종이나 언어 장벽 앞에서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음을 통계로 증명했다.
도서관에 인터넷을 깔았더니 방문객은 늘었지만 도서 대출량은 그대로였다는 대목에서는 묘한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리쓰리티스 등의 2022년 문헌 고찰은 이 씁쓸함의 원인을 명확히 짚어낸다.
디지털 격차는 이제 기기가 있느냐는 일 단계와 다룰 줄 아느냐는 이 단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활용 결과의 차이인 삼 단계를 지나 이제는 내가 어떤 알고리즘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사 단계의 격차로 진입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이 틈을 더욱 벌려놓았고 결국 교육 수준이 가장 강력한 정보 불평등의 결정 요인으로 남았다.
기계는 평등을 약속했지만 교육은 여전히 계급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기가비트 시대 도서관의 새로운 사명
그렇다면 이 복잡한 격차의 사다리 앞에서 도서관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라임스와 포터는 2024년 연구를 통해 도서관이 단순한 컴퓨터 방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강력한 기술 허브로 진화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들은 기가비트 광섬유 인터넷을 공공도서관의 최소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친다.
더 나아가 디지털 세계의 길잡이가 되어줄 디지털 내비게이터를 배치하고 병원에 가기 힘든 소외 계층을 위해 원격 의료 지원 공간까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 형평성은 도서관의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존재의 이유이자 핵심 사명이 되었다.
결론을 내리자면 정보 격차는 와이파이 신호의 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소외된 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포용하느냐의 문제이다.
챗먼이 만났던 수감자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알고리즘의 편향을 꿰뚫어 보는 지혜를 나누며 기가비트의 속도로 연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십일세기 문헌정보학이 써 내려가야 할 새로운 삶의 이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