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석사 출신 안내견, 탱고를 소개합니다

by 김경훈

시각장애인 연구원의 삶은 데이터베이스 탐색과 이론 구성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물리적 환경과의 상호작용, 일상의 동선 설계, 감각 대체 전략의 최적화라는 총체적 정보행위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 복잡한 메커니즘 한가운데, 아주 특별한 파트너가 있다.


이름: 탱고.

생년월일: 2020년 4월 7일.

직업: 안내견.

특이사항: 대한민국 반려견 최초, 경북대학교 석사 `학위` 보유.


그렇다.

당신의 파트너는 석사 학위가 있는가? 없다면 말을 마시라.

이쪽의 파트너는 무려 ‘경북대 나온 개’다.

이 사실은 약간의 검색만으로도 여러 뉴스 기사를 통해 교차 검증이 가능하다.


물론 그의 학문적 여정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담당 교수님께서는 강의 시작 전, `출석`을 부르실 때마다 탱고의 이름을 호명하셨다.

한번은 일곱 번의 결석으로 F 학점을 받는 비극도 있었다.

물론 그의 부재는 학문적 태만 때문이 아니었다.

파트너인 내가 지루한 강의로부터 그의 정서적 안정성을 보호하고자 연구실 침대에서 재운 것뿐이다.


사실 그의 지적 탐구심은 학위보다는 `인지심리학`의 `보상 체계(Reward System)`와 더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강의실을 찾는 것보다 “탱고야 치즈 먹자”는 음성 명령에 더 정확하게 반응한다.

이 명령이 떨어지면, 그의 `경로 탐색 알고리즘(Pathfinding Algorithm)`은 사회과학대 앞 편의점의 특정 치즈 코너로 정확히 안내한다.

이 왕성한 탐구심의 결과로 그는 다소 뚱뚱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골격 자체가 큰 탓도 있다.


탱고는 또한 살아있는 속담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다.

그는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을 몸소 증명하는 ‘서당개’이다.

`밥`이라는 단어가 들리면, 깊은 잠에 빠져있다가도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달려온다.

그러면서도 연구실에서는 하루 종일, 꼼짝 않고 파트너의 연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여준다.

먹을 것에 대한 원초적 욕망과, 파트너와의 `공생 관계(Symbiotic Relationship)`에 대한 직업적 책임감이 그의 내면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다.


심지어 학교에는 ‘탱사모’ 즉 ‘탱고 사진을 모으는 모임’이라는 비밀결사까지 존재했다.

이처럼 탱고는 단순한 안내견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자 캠퍼스의 명물이다.

그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로 가득한 한 편의 시트콤이다.

앞으로 종종, 이 유쾌하고도 듬직한 파트너와의 일상을 이야기 보따리처럼 풀어놓을 예정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얼마 전, 중요한 온라인 학회 발표가 있었다.

‘발표자는 경북대학교의…’라는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늠름한 탱고의 모습이 화면에 함께 잡혔다.

발표가 중반을 지날 무렵, 탱고가 조용히 일어나더니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 앞발로 툭, 화면을 껐다.

정적.

그렇다.

‘서당 개’는 풍월만 읊는 게 아니었다.

주인의 발표가 지루하다는 의사 표현도 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모든 발표 리허설에는 탱고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물론, 간식이라는 정당한 심사료를 지불해야 한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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