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광속 분류기

에픽테토스의 브레이크

by 김경훈

인간의 마음에서 가장 경이로운 것은 세계를 이해하고 범주화하는 속도다.

말콤 글래드웰이 『블링크』에서 말했듯, 우리는 0.1초 만에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판단을 내린다.

내 뇌는 거의 ‘고성능 스캐너’급이다.

눈앞의 상황을 마주하자마자 십진분류법보다 빠르게 ‘#위험 #안전 #간식 #귀찮음’ 태그를 붙여버린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 형님은 경고한다.

“느낌의 힘에 휘둘리지 마라.

일단 멈춰서 그놈이 어디서 왔는지 시험해봐야 한다.”


[감각 사진]

늦은 밤, 불 꺼진 연구실 안에서 모니터의 푸른 빛만이 책상 위를 비추고 있다.

공기 중에는 오래된 학술지의 퀴퀴한 냄새와 방금 배달된 피자의 강렬한 치즈 향이 기묘한 ‘후각적 내전’을 벌이고 있다.

화면 앞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피자 박스를 노려보는 경훈이 있고, 그 발치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탱고가 ‘저건 내 것이 확실하다’는 편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침을 흘리고 있다.

이성이 본능을 시험하려 하지만, 이미 코끝의 정보에 뇌가 점령당하기 직전인 일촉즉발의 밤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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