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그늘에서 인간의 땀 냄새를 맡다
우리는 르네상스라는 말을 아주 흔하게 사용한다. 19세기 프랑스 역사학자 쥘 미슐레가 처음으로 명명한 이 단어는 14세기에서 16세기 전후 이탈리아에서 서유럽까지 확대된 거대한 문화 운동을 뜻한다. 중세는 모든 가치의 기준이 종교에 매몰된 시대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이 막강한 종교 문화에 맞서 인간 중심의 그리스 로마 문화를 다시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교회의 가르침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자는 이 생각은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폭발적으로 전파되었다. 덕분에 예술가와 사상가들은 신이 아닌 인간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인간 중심의 시대가 열렸다.
문화예술의 황금기라 불리는 이 시대의 정점에는 두 명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있다. 1994년 세계적 기업가 빌 게이츠는 레오나르도의 아이디어 노트인 코덱스 레스터 필사본 72쪽을 2026년 가치로 약 470억 원에 사들였다. 빌 게이츠는 그를 자신의 영웅이자 가장 혁신적인 인물이라 칭송했다. 또한 2022년 파리 경매장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누드 스케치 한 점이 약 307억 원에 낙찰되었다. 미술 역사상 완성작도 아닌 스케치나 노트가 이런 천문학적인 가격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은 활동 시기와 지역이 겹쳐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수려한 외모와 쾌활한 성격으로 많은 이를 매료시켰던 레오나르도와 달리, 미켈란젤로는 삐뚤어진 코와 왜소한 체격을 가졌으며 성격 또한 괴팍하고 고집스러웠다. 이들의 상반된 성격만큼이나 작품 세계도 판이했다. 친해질 수 없었던 이들은 서로에 대한 엄청난 경쟁심을 가졌고, 이는 때로 도시 전체를 논쟁에 휘몰아넣는 예술적 결투로 이어지기도 했다.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자본이 낳은 르네상스의 중심
이탈리아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심장이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북부의 독립국가들과 중부의 교황령, 남부의 나폴리 왕국으로 나뉘어 있었다. 피렌체는 양모 무역과 금융업이 활발한 순례자들의 길목에 위치하여 중산층 계급이 대거 등장했는데, 그 정점에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메디치 가문의 자산은 인류사 역대 17번째 부자 수준으로 평가받을 만큼 막강했다. 이들은 1581년 집무실로 우피치 궁전을 건설했고, 이는 훗날 가문의 마지막 상속자가 기증하면서 세계적인 우피치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메디치 가문은 저택과 예배당을 조각과 회화로 장식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는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예술 작품 속에 가문 사람들을 그려 넣어 정치적 홍보 효과를 노렸고, 화가들을 타국으로 보내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역설적으로 이 세속적인 정치 전략이 예술가들에게 경제적 후원을 제공했고, 피렌체를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사생아에서 천재 N잡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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