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평화 대신 피바람을

여왕 마고의 아주 특별한 결혼식

by 김경훈

세상에는 축하받아야 할 결혼식이 도리어 대학살의 초대장이 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1572년 8월, 프랑스 가톨릭의 심장인 노트르담 성당에서는 세기의 결혼식이 열렸다. 신부는 '프랑스 공식 자유 영혼'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 일명 마고 공주였다. 신랑은 개신교의 대장 격인 나바라의 왕자 앙리였다. 원수 집안끼리의 결합이니 분위기가 오죽했겠는가. 결국 이 '피의 결혼식'은 프랑스 전역에서 1만 명 이상이 사냥당하는 대참극으로 이어졌다. 종교라는 이름의 탈을 썼지만 사실은 권력을 향한 쌩얼들이 충돌한 그 현장을 지금부터 벌거벗겨 보겠다.



남편의 눈알이 예언대로 찔렸을 때, 아내는 상복을 골랐다


사건의 발단은 마고의 아버지 앙리 2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에는 흑사병 의사 겸 예언가로 이름을 날리던 노스트라다무스가 있었다. 그는 "젊은 사자가 늙은 사자의 눈을 찔러 죽일 것"이라는 다소 섬뜩한 예언을 남겼다.


카트린 : 예언가 양반, 우리 남편이 사자처럼 용맹하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눈이 찔린다는 건 너무 구체적이지 않나?

노스트라다무스 : 왕비님, 제가 좀 디테일에 집착하는 편이라서요. 투구가 황금 새장처럼 보일 때쯤 조심하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놀랍게도 4년 뒤, 앙리 2세는 마상 창 시합 도중 근위대장 아들의 창에 눈을 찔려 사망했다. 왕권은 순식간에 휘청였고,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서 시집온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전면에 나섰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뒤 평생 검은 상복만 고집해 '검은 왕비'라 불렸지만,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 화려한 권력을 꿈꾸고 있었다.



가톨릭 대 개신교, 뼈다귀 사기와 구원 맛집의 대결


당시 유럽은 부패한 가톨릭교회 때문에 시끄러웠다. 교회는 베드로 성당 재건축비를 마련하겠다며 개나 당나귀 뼈를 성인의 유물이라 속여 팔았다. 이 뼈다귀를 사면 천국행 티켓을 얻는다는 말도 안 되는 마케팅에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이건 사기다!"라며 95개조 반박문을 붙였다.


프랑스 출신 장 칼뱅은 한술 더 떴다. "천국 갈 사람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니 성직자한테 돈 쓰지 말고 네 일이나 열심히 해서 부자가 돼라. 그게 구원의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가톨릭 입장에서는 영업 방해나 다름없었다.


가톨릭 강경파 : 왕비님, 저 신교도 놈들이 우리 영업장을 다 망치고 있습니다. 저것들은 국가 반역자입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경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내견 탱고의 눈으로 길을 보고, 시각장애인 연구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1,20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5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3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르네상스의 두 괴짜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