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부르짖는 자들의 주머니는 항상 텅 비어 있다.
타인의 고통을 짓밟고 쌓아 올린 검은돈은 가장 역겹지만 동시에 가장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시각이 완벽하게 차단된 나의 어두운 세계에서 나는 헛된 도덕을 쫓는 고결한 탐정이 아니다.
부패한 악당들이 맹신하는 시각의 한계를 비웃으며 그들의 가장 살진 탐욕을 도려내는 눈먼 사냥개 엘리야다.
내 곁에는 이 위험한 도박판의 가장 완벽한 공범인 안내견 탱고가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일정한 숨소리를 내며 엎드려 있다.
나는 악당들의 식탁을 엎어버리고 그들이 훔친 돈을 다시 훔쳐내어 나의 사랑하는 보보와 함께 평화로운 미래를 완성할 것이다.
우리가 잠입한 곳은 도심 한복판의 거대한 빌딩 지하 삼층에 숨겨진 불법 도박장이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회원제 피트니스 센터로 위장하고 있지만, 자정이 넘으면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수백억 원의 검은돈이 오가는 지하의 타락한 성전이 열린다.
이 도박장의 주인은 마약 밀매와 고리대금업으로 세력을 키운 왕 사장이다.
정보원 케이가 물어온 정보에 따르면 오늘 밤 왕 사장의 지하 금고에는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현금화해 둔 막대한 양의 무기명 채권과 달러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 했다.
나의 목표는 도박판에서 푼돈을 따는 것이 아니라 왕 사장의 심장과도 같은 그 거대한 금고를 통째로 털어버리는 것이다.
전용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도박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끔찍하고 거대한 소음과 악취가 해일처럼 나의 감각을 덮쳤다.
슬롯머신이 뿜어내는 기계적인 전자음, 룰렛 휠이 돌아가는 마찰음, 그리고 칩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플라스틱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공기 중에는 최고급 시가의 매캐한 연기와 싸구려 욕망이 뒤섞인 시큼한 땀 냄새, 그리고 독한 위스키의 알코올 냄새가 끈적하게 엉켜 있었다.
시각에 의존하는 멍청한 도박꾼들은 화려한 조명과 미녀 딜러들의 눈웃음에 홀려 자신들의 돈이 어떻게 증발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잡고 지팡이를 짚으며 아주 나약하고 어리석은 시각장애인 부호의 연기를 하며 브이아이피 테이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의 등장은 도박장의 감시자들에게 완벽한 조롱거리이자 손쉬운 먹잇감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왕 사장의 수하들이 나를 가장 판돈이 큰 바카라 테이블로 안내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딜러가 카드를 섞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카드가 마찰하는 소리겠지만, 극한으로 발달한 나의 청각과 후각은 그 카드에 숨겨진 비열한 조작을 단숨에 해부하고 있었다.
딜러가 카드를 내려놓을 때마다 아주 미세하게 손톱 끝으로 카드의 모서리를 긁는 소리가 났고, 특정 카드에서는 시각장애인용 점자 잉크와 비슷한 화학 물질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그들은 특수 렌즈를 껴야만 보이는 형광 물질을 카드에 발라두었고, 시각을 잃은 나를 상대로 완벽한 사기극을 펼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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