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사원에 피어오르는 관능적인 연기
[향수 설명]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는 조 말론의 코롱 인텐스 라인에 속하는 향수로 가볍고 상쾌한 기존의 조 말론 향수들과는 완전히 다른 어둡고 관능적인 매력을 지녔다.
일본의 전통적인 향도 의식에서 영감을 받아 희귀한 가라 향목을 중심으로 진저와 수련의 향을 더했다.
고요한 사원에 피어오르는 향 연기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도 피부에 남는 잔향은 아주 따뜻하고 매혹적인 살냄새를 완성한다.
[노트 구성]
탑 노트는 블랙 카다멈과 진저이다.
처음 뿌리는 순간 알싸한 생강의 향과 스파이시한 카다멈이 코를 자극한다.
너무 맵거나 가볍지 않고 아주 묵직하고 서늘한 밤공기처럼 차분하게 시작된다.
미들 노트는 수련과 자스민 그리고 블랙 오키드이다.
알싸한 향신료가 가라앉으면 캄캄한 밤 연못에 고요하게 피어난 수련과 자스민의 은은한 꽃향기가 올라온다.
화려하거나 달콤한 꽃이 아니라 물기를 잔뜩 머금은 서늘하고 청초한 꽃의 향기이다.
베이스 노트는 가라 향목과 앰버 그리고 샌달우드이다.
이 향수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스러운 사원의 향냄새와 따뜻한 앰버가 피부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깊은 명상에 잠긴 듯한 고요함과 관능적인 온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전체적인 리뷰]
시끄러운 마음을 다스려주는 우아한 밤의 향기이다.
절 냄새나 향냄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힐링 향수이지만 스파이시한 나무 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무겁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햇빛이 쨍한 낮보다는 어둠이 깔린 늦은 밤에 가장 잘 어울리며 조 말론 향수치고는 지속력도 꽤 훌륭한 편이다.
[늦은 밤 사원에 피어오르는 관능적인 연기]
세상에는 햇살 아래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있고 짙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향기가 있다.
오늘 마주한 조 말론의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는 완벽하게 후자에 속한다.
사월 보보와 맺은 혼인 서약의 들뜬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신혼의 저녁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 향수를 꺼내 들었다.
화려한 예식장과 수많은 축하 인사로 가득했던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온전한 고요를 찾고 싶을 때 이보다 더 완벽한 선택은 없을 것이다.
첫인상은 아주 서늘하고 고요하다.
알싸한 진저와 블랙 카다멈의 향기가 마찰을 일으키며 코끝을 스치는데 이것은 요리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아니라 정신을 맑게 깨우는 서늘한 밤바람의 냄새이다.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캄캄한 나무 사당 안에서 희귀한 가라 향목에 불이 붙으며 피어오른 가느다란 잿빛 연기가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유려하게 피어오르는 정적인 풍경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나를 이끄는 듯하다.
곁에서 숨소리를 내며 잠든 탱고마저 이 차분한 나무 냄새에 더욱 깊은 단잠에 빠져드는 듯 평화로운 공기가 공간을 채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갑고 날카로웠던 향 연기 사이로 밤에 피는 꽃들의 향기가 스며든다.
수련과 블랙 오키드의 향기는 결코 요란하거나 천박하지 않다.
캄캄한 연못 수면 위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수련처럼 아주 은밀하고 우아하게 피어오른다.
스님들이 불공을 드리는 엄숙한 절이라기보다는 비밀스러운 귀족의 저택 깊숙한 곳에서 피우는 아주 비싸고 매혹적인 향의 느낌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베이스로 남는 앰버와 가라 향목의 질감이다.
차가웠던 향기는 체온과 만나면서 아주 따뜻하고 관능적인 살냄새로 변모한다.
분명 금욕적인 사원의 냄새로 시작했는데 끝에 가서는 누군가의 품에 안긴 듯한 포근함과 끈적함이 남는다.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관능이 한 병에 담겨 있는 묘한 모순이다.
최종 분석 결과.
다크 앰버 앤 진저 릴리는 고독을 즐기면서도 누군가의 온기를 곁에 두고 싶은 이들을 위한 매혹적인 밤의 향수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들뜬 감정을 고요하게 가라앉혀주는 아주 훌륭한 진정제 역할을 한다.
화려한 봄날의 낮 시간보다는 조용히 하루를 마감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밤 기꺼이 이 검은색 향수병의 뚜껑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