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허무는 가장 유쾌한 리터러시
대구캠퍼스 연구실의 오전은 평소보다 더 밀도 높은 공기로 가득하다.
보보와 함께 새로운 삶의 서사를 시작하며 부부라는 이름의 공동 아카이브를 개설했다.
문헌정보학 연구자로서 정보를 조직하고 체계화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웃음이라는 정보 현상만큼은 기존의 분류 체계로 정의하기 어렵다.
이것은 인간이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정교하고 유쾌한 변주다.
정보 불일치가 빚어내는 인지적 희열
우리는 평소 정보 조직의 원리에 따라 세상을 분류하고 예측한다.
논리적 추론을 담당하는 좌뇌는 우리가 정립해 둔 지식 체계 안에서 정보를 수월하게 인덱싱하려고 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역설이나 기묘한 상황 즉 정보의 불일치가 발생하면 좌뇌는 일시적으로 정보 처리를 중단하는 인지적 정체 상태에 빠진다.
이때 우뇌가 개입하여 이 이질적인 정보를 직관적이고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한다.
문헌정보학적으로 표현하면 고정된 분류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접근점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이 찰나의 해방감은 정서적 보상으로 이어지며 신체는 이를 웃음이라는 강력한 정보 피드백으로 출력한다.
결국 웃음이란 경직된 정보 환경에서 벗어나 유연한 정보 수용을 경험할 때 터져 나오는 인간만의 고유한 신호인 셈이다.
인식적 정의와 비웃음이라는 정보 장벽
취리히 대학교 플랫 교수가 연구한 비웃음 공포증은 배리어프리 관점에서 보면 아주 높은 심리적 장벽이다.
이 증상은 타인의 반응을 조롱이라는 부정적인 정보로 오독하게 만든다.
이를 미란다 프리커의 인식적 부정의와 연결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누군가 우리의 특성이나 장애를 비웃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존재를 불완전한 정보원으로 취급하는 증언적 부정의의 발현이다.
이러한 시선은 연구자로서의 자긍심을 위축시키고 자유로운 정보 탐색 행위를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된다.
플랫 교수의 조언대로 억지로라도 웃어버리는 행위는 상대방이 설계한 부정적인 정보 환경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하는 비판적 정보 리터러시의 실천이다.
나의 웃음은 상대의 논리적 분류 체계를 교란하고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는 고도의 전략적 행동이다.
가장 따뜻한 정보 중재자와 인터페이스
현실적이고 솔직한 보보는 나의 정보 생태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중재자다.
그녀는 내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쌓아 올린 인지적 부하를 특유의 직설과 유머로 단숨에 해소해 준다.
그녀의 존재는 나의 연구가 이론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의 디지털 포용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나의 파트너 탱고 역시 이 정보 생태계의 핵심 축이다.
탱고의 하네스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의 물리적 정보를 나의 손끝으로 전달하는 최적의 인터페이스다.
탱고는 비웃음이라는 사회적 소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녀석에게 유의미한 정보는 나의 안정적인 호흡과 주머니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최애 치즈의 주파수뿐이다.
녀석의 무심함은 나에게 가장 완벽한 형태의 인식적 평등을 가르쳐준다.
덜 특별한 일상을 위한 유쾌한 리터러시
장애라는 특성이 정보 시스템의 예외 조항이 아니라 보편적 설계의 일부가 될 때 우리가 지향하는 덜 특별한 일상은 비로소 완성된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화두들 앞에서 당황하기보다 좌뇌의 일시 정지를 즐기며 시원하게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최종 단계다.
비웃음이라는 장벽 앞에서도 탱고의 하네스를 꽉 잡고 보보와 함께 크게 웃을 수 있다면 나의 인생 아카이브는 언제나 가치 있는 검색 결과들로 가득할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계음 사이로 스며드는 상큼한 세탁물의 향기를 맡으며 정보의 숲을 당당하게 항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