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인덱싱이 성적을 바꾼다:
대구캠퍼스 연구실의 오후는 신혼여행의 여운과 밀린 논문 데이터가 뒤섞여 묘한 활기를 띤다.
보보와 부부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보 체계를 구축한 후, 나는 인간의 인지 능력이 얼마나 유연하고도 기만적인지 새삼 깨닫는다.
오늘 내 귀를 끈 데이터는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 마갈레스 교수의 ‘가짜 전기헬멧’ 실험이다.
뇌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는 마법 같은 도구의 실체는 사실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정교한 데이터 오류, 즉 플라세보 효과였다.
스트룹 효과와 가짜 헬멧의 해킹
마갈레스 연구팀은 ‘스트룹 효과(Stroop Effect)’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글자의 의미와 실제 색상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인지적 간섭을 측정하는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그럴듯한 전기헬멧을 씌웠다.
흰 가운을 입은 전문가가 “이 장치는 인지 능력을 높여줍니다”라고 한마디 던지자, 참여자들의 오답률은 4%에서 2%로 즉각 반토막 났다.
사실 그 헬멧은 일반 의료용 뇌파계를 개조한 ‘가짜’였다.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은 0.1%도 없었으나, 전문가라는 신뢰할 만한 정보원(Information Source)의 암시가 참여자의 뇌 시스템을 해킹한 셈이다.
반대로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데이터를 주입하자 점수는 곤두박질쳤다. 문헌정보학적으로 분석하면, 정보의 내용보다 그 정보를 전달하는 주체의 권위가 이용자의 인지적 성취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결과다.
인식적 부정의와 노세보의 장벽
이 실험은 내가 연구하는 미란다 프리커의 인식적 부정의와도 닿아 있다.
만약 사회가 시각장애인 연구자인 나에게 “당신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서 연구 효율이 낮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편견(노세보 효과)을 지속적으로 주입한다면, 나의 실제 연구 성과도 그 편견에 동기화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나는 보보가 선물한 ‘사랑’이라는 강력한 플라세보를 장착하고 있다.
보보는 현실적이고 직설적이지만, 내가 연구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너는 이미 최고의 인덱서야”라며 긍정적인 데이터를 끊임없이 전송한다.
그녀의 확신은 마갈레스 교수의 가짜 헬멧보다 훨씬 강력하게 나의 인지 기능을 증강시킨다.
비록 내가 2배속 기계음에 의존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내 지적 권위를 신뢰할 때 나의 정보 리터러시는 비로소 완성된다.
화장품의 역설과 가치의 재구성
지인의 화장품 개발 비화는 플라세보 효과의 정점을 보여준다.
성분이 같아도 비싸게 팔아야 상품 가치가 올라간다는 논리는, 인간이 정보를 수용할 때 그 ‘가격표(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인덱싱하는지 증명한다.
효과가 너무 좋아도 안 되고, 있는 듯 없는 듯해야 계속 소비된다는 비즈니스 알고리즘은 얄밉지만 지극히 인간적이다.
나의 파트너 탱고 역시 나에게 일종의 ‘안전 플라세보’다.
녀석의 하네스를 잡고 있을 때 느끼는 묵직한 신뢰감은, 실제로 물리적인 장애물을 피하는 기능 이상으로 내 심리적 장벽(배리어)을 허물어준다.
탱고가 옆에 있다는 믿음만으로도 나의 보행 속도는 2배속 스크린리더만큼이나 빨라진다.
물론 녀석의 진짜 동력은 우주 에너지가 아니라 주머니 속 비스킷 조각이라는 정직한 데이터에 기반하지만 말이다.
결론: 스스로를 향한 긍정적 인덱싱
플라세보 효과는 종교와 과학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이를 사기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기억력이나 의욕 감퇴 같은 심리적 요인에는 신통한 처방이 된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정보 센터에서 우리를 가두는 것은 시스템의 한계가 아니라, “나는 안 될 거야”라고 스스로 낙인찍은 부정적인 메타데이터다.
나는 내일도 연구실로 향하며 보보가 입혀준 긍정의 헬멧을 쓴다.
그리고 기계음 사이로 들려오는 지식의 파편들을 나만의 고유한 언어로 조직한다.
가짜 헬멧이 오답률을 줄였듯, 나의 자긍심은 정보 접근성이라는 장벽을 유쾌하게 뛰어넘게 할 것이다.
나의 인생 장부는 언제나 내가 믿는 만큼의 흑자를 기록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