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강아지는 내일을 아는가?

by 김경훈

보보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철학 박사인 그녀가 또다시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자기야, 탱고는 ‘내일’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이 얼마나 지적이고도 근원적인 질문인가.


사건의 발단은 보보의 동생, 진도 리트리버 믹스 ‘보우’에게서 시작되었다.

녀석은 뼈다귀를 먹다가 반쯤 남은 것을 마당 구석에 소중히 파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정확히 그 자리를 파헤쳐 어제의 남은 행복을 다시 즐긴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미래’를 위한 자원 저장(Resource Caching) 행위다.


이것은 동물행동학에서 말하는 ‘정신적 시간여행(Mental Time Travel)’의 가능성을 묻는 지극히 학술적인 질문이다.

과연 개는 과거의 특정 사건을 기억하고, 미래의 특정 시점을 계획할 수 있는가?

보우의 행동은 ‘내일의 나’를 위해 현재의 만족을 유예하는 놀라운 미래 계획(Future Planning) 능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문제의 당사자인 탱고는 이 모든 논쟁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우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다.

녀석은 다른 개들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시크한 도시견이지만, 유독 보우만 만나면 환장한다.

보보의 본가는 그야말로 ‘개토피아(Dogtopia)’.

녀석에게 그곳은 파라다이스다.

그래서 집에 갈 시간이 되면, 녀석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보우와 함께 숨어버린다.

‘나를 찾지 마시오’라는 강력한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닐까?

‘지금 이 행복한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현재에 대한 집착과, ‘곧 지루한 도시의 아파트로 돌아가야 한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

녀석의 필사적인 숨바꼭질은 다가올 미래를 거부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과연 탱고에게 ‘내일’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인간처럼 달력을 보며 약속을 잡지는 못하겠지만, 녀석의 행동은 분명 현재를 넘어선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어쩌면 녀석에게 내일이란, 오늘의 행복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대’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비하인드 스토리


어제저녁, 탱고의 귀를 닦아주며 무심코 말했다.

“탱고, 우리 내일 병원 가야겠다.”

나는 녀석이 ‘내일’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다음 날 아침,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집안을 뒤진 끝에, 드레스룸 가장 깊숙한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숨어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그렇다. 녀석은 내일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병원 가는 내일만큼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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