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지 않는 소녀와 죽은 신의 예언자

제1부: 기적과 속삭임

by 김경훈


1장: 가시덤불 속의 아이


두 세계의 교류가 시작된 지 10년, 네오-서울의 아이들은 흙의 감촉을 알게 되었고, 벽 외부 세계의 아이들은 항생제의 기적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두 개의 다른 시간이 하나의 강물로 합쳐지기까지는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한 법이었다.


이야기는 벽 외부 세계, 한때 '그레이트플레인스'라 불렸던 척박한 대지의 한 농업 공동체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의 삶은 정직하고 고단했다. 사람들은 동이 트면 일어나 페달을 밟아 관개 수로를 돌렸고, 해가 지면 희미한 바이오 램프 아래 모여 낡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감했다.


'디나'는 그 공동체에서 태어난, 유난히 말이 없고 조용한 소녀였다. 그녀는 또래 아이들처럼 뛰어노는 것보다, 들판에 핀 작은 꽃이나 바람의 움직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했다.


기적은 가장 평범한 오후에, 예고 없이 찾아왔다.


들토끼를 쫓아 뛰어가던 디나는 발을 헛디뎌,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야생 덤불 속으로 넘어졌다. 함께 있던 아이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세계에서 그 정도의 상처는 곧 감염과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마을 어른들이 놀라 달려왔을 때,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디나는 울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덤불 한가운데 멀쩡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낡은 옷은 갈기갈기 찢겨 있었지만, 부드러운 살결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마치 수백 개의 보이지 않는 방패가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가시들은 그녀의 피부에 닿기 직전 기이하게 휘어져 있었다.


마을은 혼란에 휩싸였다. 어떤 이들은 소녀가 신의 축복을 받은 '성녀'라고 속삭였고, 어떤 이들은 그녀가 대정화 이전 시대의 저주를 받은 '마녀'라고 수군거렸다. 디나의 부모는 딸을 집 안에 숨겼지만, 기적에 대한 소문은 마른 들판의 불길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 아이의 몸에 나타난 불가해한 현상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공동체의 소박한 믿음과 질서에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2장: 죽은 신의 사도


같은 시각, 네오-서울의 가장 깊은 그림자 속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속삭임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17 구역, '재의 도시'라 불리는 언플러그드 구역. 두 세계의 융합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공허한 마음을 파고드는 새로운 목소리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미가'였다. 그는 기드온의 몰락 이후 사라진 '질서'와 '확신'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나타난 새로운 예언자였다. 그는 스스로를 '죽은 신의 마지막 사도'라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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