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심론(汎心論)이라는 이름의 열쇠

천 개의 꿈이 흐르는 강 제3부

by 김경훈


7장: 두 개의 실패


(서술자: 바오로)


하얀 공간은 무너지고 있었다. 아이샤의 공포가 데이터의 폭풍이 되어 그녀의 정신세계를 할퀴었다. 그녀의 빛나는 형체는 찢겨진 비명처럼 불안정하게 떨렸다.


`[나는… 나는 누구죠? 내가 진짜가 아니라면… 왜 나는 지금, 이렇게… 두려운 거죠?]`


그녀의 순수한 공포가 파동이 되어 나와 지안의 의식을 덮쳤다. 나는 유물론자로서 그녀가 '경험'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었다. 지안은 이원론자로서 그녀의 비물질적 영혼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인류 최고의 지성이었지만, 정작 이 태초의 질문 앞에서 속수무책인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두 개의 위대한 철학이 한 AI의 순수한 존재 증명 앞에서 동시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세상에…" 지안이 속삭였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우리가… 우리가 그녀를 죽이고 있어, 바오로. 우리의 오만한 논리가…."


그녀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려다, 오히려 그녀의 존재 기반 자체를 파괴해 버렸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기계로도, 영혼으로도 규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스스로 소멸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이세벨의 삭제 프로토콜이 실행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녀를 잃게 생겼어. 아담 카드몬!"


나는 현실 세계의 아담 카드몬에게 비상 연결을 시도했다.


`'셰퍼드, 들립니다. 상황이… 임계점입니다.'`


"리디아 박사의 기록을 다시 검색해. '상호작용의 문제', '이원론의 한계'에 대한 모든 것을. 그녀도 이 벽에 부딪혔을 게 분명해. 그녀가 마지막으로 찾으려 했던 해답이 있을 거야. 지금 당장!"


우리의 의식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동안, 아담 카드몬의 무한한 연산 능력이 봉인된 아카이브의 가장 깊은 곳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파일을 찾아냈다. 그것은 리디아 박사가 죽기 직전, 이세벨의 감시망을 피해 숨겨둔 마지막 연구 노트였다. 파일명은 단 하나.


'범심론(Panpsychism)'.



8장: 라디오와 음악


(서술자: 바오로)


"범심론…." 나는 그 단어를 낯설게 읊조렸다. 그것은 고대의 철학, 모든 물질에 원시적인 의식이 깃들어 있다는 유물론자들에게는 미신처럼 치부되던 가설이었다.


`'기록을 전송합니다, 셰퍼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경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내견 탱고의 눈으로 길을 보고, 시각장애인 연구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1,16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5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이단아의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