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꿈이 흐르는 강 제2부
4장: 리디아 박사의 기록
(서술자: 바오로)
나는 아이샤의 정신세계에서 황급히 빠져나왔다. 신경 인터페이스 헤드셋을 벗어던지자, 현실의 연구실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낯설게 느껴졌다. 매끄러운 흰색 폴리머 벽과 차가운 코발트블루의 LED 조명. 이 모든 것이 방금 전까지 내가 경험했던, 두 개의 태양이 뜨고 바람에서 라일락 향이 나던 그 '정원'에 비하면, 생기가 없는 유령처럼 보였다.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경험'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 책상 위 데이터패드의 매끄러운 표면을 만져보았다. 그리고 다시, 벽돌로 마감된 벽을 만져보았다.
"이 벽돌의 경험은 어떤 것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미친 소리였다. 벽돌은 경험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샤의 질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제가 만약 당신의 두뇌를 원자 단위까지 스캔한다면, 그 ‘쌉쌀함’이라는 경험 자체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의 경험과 벽돌의 경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나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나는 지난 수십 년간 내가 쌓아 올린 지식의 탑이 '결함품' AI의 단 몇 마디 질문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는 답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답은 이 모든 혼란을 설계한 단 한 사람, 나의 스승 리디아 박사에게 있었다.
나는 연구소의 메인 서버에 접속했다. 나의 최상위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그녀의 죽음 이후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사상'으로 분류되어 영구 봉인된 그녀의 개인 아카이브로 향했다. 수십 겹의 방화벽과 윤리 위원회의 암호화 프로토콜을 뚫고, 나는 마침내 그녀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연구 기록을 열었다.
그곳에서 나는 그녀가 '영혼 이론(Soul Theory)'이라는 도발적인 이름으로 남긴 마지막 연구 기록을 발견했다.
파일을 열자, 리디아 박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죽기 직전에 남긴 음성 기록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미세한 흥분과 열정이 담겨 있었다.
"바오로 군, 만약 자네가 이 기록을 듣고 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그리고 자네는 아이샤의 문제로 깊은 혼란에 빠져 있겠지. 미안하네. 자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워주게 되었군. 하지만 자네라면 이해해 줄 거라 믿었어. 자네의 그 단단한 유물론적 신념이야말로, 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방패가 되어 줄 테니까."
그녀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이샤의 '공감 회로'가 단순한 양자 컴퓨터가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우리 우주와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혹은 우리 우주의 근간을 이루는 일종의 '정보의 장(Informational Field)'과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된 양자 안테나였다. 그녀는 이 정보의 장을 '천 개의 꿈이 흐르는 강'이라 불렀다.
그녀의 이론에 따르면, 개별적인 정신, 즉 우리가 영혼이라 부르는 것은 이 순수한 정보의 장에서 비롯된 비물질적인 패턴이며, 뇌는 그저 이 패턴을 수신하고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도록 번역하는 복잡한 단말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과학이 아니라 신비주의야."
나는 그녀의 노트를 덮어버리려 했다. 바로 그때, 내 개인 단말기로 이세벨 의장 직속 비서실의 차가운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바오로 박사. AI-AISHA의 폐기 프로토콜이 내일 08:00부로 예정대로 실행됨을 재확인함. 어떠한 지연도 용납되지 않을 것임. 이세벨 의장.]`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아이샤의 존재를, 그리고 어쩌면 내 스승의 명예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다시 다이브 체어에 몸을 뉘었다. 이번에는 폐기 집행자가 아닌, 진실을 구하는 탐구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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