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에게 '문헌정보학'이 필요한 이유
우리는 매일 아침, 무수한 정보의 파도 속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와 데이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 심지어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그럴듯한 콘텐츠까지. 현대인은 유례없는 '정보 과잉'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보의 '결핍'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정보의 '과잉'과 '오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알고리즘 기반의 플랫폼은 사용자의 성향에 맞춘, 혹은 더 자극적인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며 '필터 버블'을 강화합니다. 이로 인해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정보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보여지는' 정보의 틀 안에 갇히기 쉽습니다.
1. 핵심 생존 역량, '정보 리터러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핵심 역량으로 대두되는 것이 바로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빠르게 검색하는 기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인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탐색, 평가 선별하며, 이를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총체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과거 사회가 글을 읽고 쓰는 '문해력'을 기본 소양으로 요구했다면, 현대 디지털 사회는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고 그 이면의 의도를 파악하는 '정보 문해력'을 필수 생존 역량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2. 문헌정보학, 정보의 질서를 세우다
사실 이 '정보 리터러시'는 문헌정보학(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연구하고 교육해 온 핵심 가치입니다.
흔히 '문헌정보학'이나 '사서'를 떠올릴 때, 도서관의 정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학문의 본질은 '지식과 정보의 혼돈(Chaos) 속에서 체계와 질서(Cosmos)를 구축하는 것'에 있습니다.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조직하여 사용자가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도록 돕는 것, 그리고 정보의 출처와 의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사회에 제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도서관과 문헌정보학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현대적 역할입니다. 그들은 정보의 '게이트키퍼'이자 '큐레이터'로서 기능합니다.
3. 일상에서 실천하는 비판적 정보 소비
그렇다면 이 '정보 리터러시'를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거창한 이론이 아니더라도, 다음 세 가지 비판적 질문을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출처의 신뢰성: 이 정보는 '누가' 생산했는가? (개인의 의견인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거친 사실인가?)
둘째, 정보의 시의성: 이 정보는 '언제' 생성되었는가? (과거의 정보가 현재의 사실처럼 왜곡되지는 않았는가?)
셋째, 교차 검증: 다른 권위 있는 출처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 (하나의 출처에만 의존하지 않고 교차 검증을 시도했는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개인의 판단력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성과도 직결됩니다. 가짜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힘, 즉 '정보 리터러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지적 면역력'입니다. 그리고 이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학문이 바로 문헌정보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