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단 한 권의 책이다
현대 물리학은 거대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우주라는 거대한 도서관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서로 호환되지 않는 두 가지 분류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거시 세계(별, 은하)를 지배하는 '상대성 이론'이라는 분류법이고, 다른 하나는 미시 세계(원자, 소립자)를 지배하는 '양자 역학'이라는 분류법이다.
문제는 이 둘을 합치려 하면 시스템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중력을 설명하는 공식에 미시 세계의 불확정성을 대입하면, 계산 결과가 '무한대'라는 오류 값(Error)을 뱉어낸다. 아인슈타인은 생의 마지막 30년을 바쳐 이 두 도서관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완성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과학자들의 꿈은 명확하다.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만유인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마스터 알고리즘', 즉 '모든 것의 이론(TOE)'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난제를 해결할 유력한 후보로 '초끈 이론(Superstring Theory)'이 거론된다. 이 이론은 우주의 최소 단위를 점(Point) 입자가 아닌 진동하는 끈(String)으로 정의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3차원이 아니라 10차원, 혹은 11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다. 정안인(비장애인)들은 3차원 이상의 세계를 상상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들의 뇌는 시각 정보가 제공하는 x, y, z축의 3차원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본다'는 행위가 오히려 차원의 확장을 방해하는 족쇄가 되는 셈이다.
반면, 시각장애인인 나의 공간 지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공간을 시각적 이미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울림, 공기의 흐름, 바닥의 질감 등 비시각적 데이터의 총합으로 '구축'한다. 내 머릿속의 우주는 애초에 시각적 3차원에 구속받지 않는다.
초끈 이론이 말하는 "돌돌 말려 숨겨진 차원"은 시각적으로는 불가능한 기하학이지만, 추상적인 논리로는 충분히 건축 가능한 공간이다. 어쩌면 고차원의 우주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눈을 감은 자가 눈을 뜬 자보다 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보지 못한 것을, 호머나 밀턴 같은 맹인 시인들은 보았을 수도 있으니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네 가지 힘이 따로 노는 현재의 우주 모델은 매우 '비효율적인 시장'이다.
자연은 기본적으로 '최소 작용의 원리(Principle of Least Action)'를 따른다. 즉, 가장 적은 에너지로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자연이 굳이 4개의 서로 다른 힘과 복잡한 법칙을 따로따로 운영할 리가 없다. 기업 경영으로 치면, 인사팀, 재무팀, 영업팀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며 결재 라인도 제각각인 셈이다.
'모든 것의 이론'을 찾는 노력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우주는 경제적이다"라는 대전제에 대한 믿음이다. 우주가 하나의 기업이라면, CEO(신)는 분명 단 하나의 경영 철학(방정식)으로 이 모든 조직을 통합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초끈 이론은 만물을 '진동하는 끈'으로 묘사한다. 끈이 진동하는 방식에 따라 어떤 것은 쿼크가 되고, 어떤 것은 전자가 된다. 이는 우주의 본질이 '물질(Matter)'이 아니라 '음악(Music)'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한다.
피타고라스는 "천체는 음악을 연주한다"라고 했다. 문헌정보학적 텍스트로 가득 찬 우주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우주는 거대한 악보였던 것이다.
시각이 차단된 나에게 이 비유는 전율로 다가온다. 세상을 눈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우주는 광활하고 차가운 공간이지만, 소리로 세상을 보는 나에게 초끈 이론의 우주는 끊임없이 진동하며 화음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교향곡이다.
문헌정보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의 모든 지식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국제 서지 제어(UBC)'다. 물리학자들의 꿈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거시 세계라는 '백과사전'과 미시 세계라는 '만화책'을 하나의 도서관 분류 기호 아래 나란히 꽂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 책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에 집착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동과 차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언젠가 그 위대한 방정식을 마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우주라는 시계 장치는 복잡한 톱니바퀴가 아니라, 단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