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리터러시는 유료 DLC인가

노직이 설계한 비정한 디지털 능력주의

by 김경훈

오늘도 연구실 책상에 앉아 스크린리더의 속사포 같은 낭독음에 귀를 기울인다. 나 같은 시각장애인 연구자에게 물리적 도서관은 계단도 많고 서가 사이도 좁은 접근성 에러가 가득한 구형 서버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는 텍스트가 흐르는 디지털의 바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 나는 정보를 걸러내고 평가하는 '정보 리터러시'라는 무기를 휘두른다. 그런데 문득 로버트 노직의 자유지상주의라는 렌즈를 끼고 보니, 이 고결한 리터러시 교육이 사실은 타인의 재산을 털어 수행하는 거대한 정보 재분배 사업으로 보인다.



정보 판별력은 나의 사유 재산이다


정보 리터러시는 정보를 찾고 분석하며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이다. 문헌정보학에서는 이를 민주시민의 기본 소양이라고 가르치지만, 노직의 관점에서 보면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지적 자본'일 뿐이다. 내가 밤잠을 설쳐가며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뒤지고,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잡아내는 감각을 길렀다면 그것은 온전히 나의 노동 결과물이다.


국가가 나에게 "정보 소외 계층을 위해 당신의 리터러시 노하우를 무상으로 전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노직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 뇌세포를 강제로 징발하는 행위이다. 내 지적 노동력을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뜯어내어 정보 문해력이 낮은 이용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은 정부가 내 인생의 일부를 허락 없이 가져가 타인에게 기부하는 꼴이다. 노직이 살아있었다면 아마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법은 스스로 돈 내고 배워야 한다"고 일갈했을 것이다.



접근성 도구와 강제 노동의 딜레마


나는 시각장애로 인해 정보를 이용할 때 고가의 스크린리더나 OCR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현대 복지 국가는 이를 정보 접근성 차원에서 지원하지만, 노직의 '최소 국가' 모델에서 이런 지원은 명백한 시스템 오류이다. 내가 더 편하게 정보를 읽기 위해 다른 시민들이 땀 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그들에게 '무상 강제 노동'을 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 비정한 논리에 따르면, 나는 나에게 필요한 보조 공학 기기를 오직 나의 자본으로 시장에서 구매해야 한다. 국가가 개입해 내 접근성을 높여주는 순간, 그것은 평등이 아니라 타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 가혹하게 들리겠지만, 노직은 개인이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할 때 진정한 자유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내가 최신형 점자 디스플레이를 사고 싶다면, 열심히 연구해서 번 돈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것이 가장 도덕적인 인터페이스인 셈이다.



시장이 지배하는 정보 리터러시 생태계


노직의 세상에서 정보 리터러시는 공공 교육의 영역이 아니라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가 된다. 정보를 가려내는 눈이 없는 이용자는 시장 경쟁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거나, 비싼 수수료를 내고 정보 큐레이션 서비스를 구독해야 한다.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주는 필터링 알고리즘은 국가가 무료로 배포하는 공공재가 아니라, 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다.


문헌정보학이 지향하는 정보 평등주의는 노직의 시선에서는 개인의 기호와 자유를 억압하는 거대한 장벽일 뿐이다. 누군가는 평생 가짜 뉴스만 보며 살고 싶을 수도 있는데, 국가가 "이것이 올바른 정보다"라며 리터러시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노직에게는 견딜 수 없는 간섭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하든 말든 그것은 이용자의 선택이며, 그 결과 또한 오롯이 개인의 서버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는 정보 리터러시를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노직은 그것을 개인의 피와 땀이 서린 전유물로 본다. 시각이 보이지 않는 나에게 디지털 정보는 생존 줄기와 같지만, 그 줄기를 잡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질문 앞에 서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스크린리더의 기계적인 음성을 들으며 나는 생각한다. 진정한 자유란 국가가 차려준 정보의 밥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낚시 도구를 사서 거친 정보의 바다로 뛰어드는 용기가 아닐까. 물론 그 낚싯값이 비싸서 한참을 망설여야 하겠지만 말이다. 옆에서 내 발등을 베개 삼아 잠든 탱고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린다. 이 녀석은 리터러시 따위 없어도 내 주머니 속 간식의 위치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데, 어쩌면 이게 노직이 말한 가장 완벽하고 자발적인 '시장의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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