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성

배려의 영역에서 '궁극의 라이프 해킹'으로의 전향

by 김경훈

정보 접근성(Information Accessibility)이라는 용어를 들으면 대중은 보통 '착한 기술'이나 '복지'라는 지루하고도 엄숙한 텍스트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연구실 구석에서 텍스트와 씨름하는 나의 관점에서 이 주제는 사실 인류가 발명한 가장 힙하고도 발칙한 '미래 선점형 라이프 해킹'에 가깝다. 이 지루해 보이는 학문이 가진 반전 매력을 아주 삐딱하고 유쾌하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만약에(What-if) : 모든 스크린이 사라진 '포스트 디스플레이' 시대의 승자


만약 내일 당장 전 세계의 모든 디스플레이가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먹통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유리판을 문지르며 패닉에 빠지겠지만, 정보 접근성의 원리를 몸소 실천해온 이들은 아주 평온하게 일상을 이어갈 것이다.


정보 접근성은 본질적으로 '시각'이라는 단일 채널에 몰빵된 현대 문명의 리스크를 분산하는 멀티태스킹 프로토콜이다. 눈을 감고도 정보를 읽고, 소리만으로 공간을 인덱싱하며, 촉각으로 시스템을 제어하는 이 능력은 사실상 미래형 사이보그가 갖춰야 할 필수 스펙이다. 접근성 연구는 단순히 장애인을 돕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오감을 데이터 입출력 단자로 확장하는 슈퍼 휴먼 프로젝트인 셈이다. 결국 시각 정보가 차단된 극한 환경(연기 가득한 화재 현장이나 암흑 속의 우주선)에서 살아남는 최후의 힙스터는 접근성 마스터가 될 것이 자명하다.



탱고의 시선 : 꼬리 흔드는 '바이오 GPS'와 최신 웨어러블의 굴욕


나의 연구 파트너 탱고를 보면 현대 기술의 정점이라는 자율주행이나 웨어러블 기기들이 얼마나 갈 길이 먼지 실감하게 된다. 탱고는 배터리 충전도 필요 없고(간식만 있으면 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멈추지도 않으며, 이용자의 감정 상태라는 비정형 데이터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최고 사양의 바이오 네비게이션이다.


탱고와 함께 걷는 것은 가장 힙한 인터페이스를 몸소 체험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최신 스마트 워치를 보며 걸음 수를 확인하지만, 나는 탱고의 하네스를 통해 전달되는 미세한 진동으로 세상의 지형지물을 읽어낸다. 정보 접근성이란 이처럼 딱딱한 기계 장치를 넘어 생명과 정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바이오-디지털 융합의 결정체이다. 탱고의 코끝이 가리키는 방향은 곧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장 인간적인 UX(이용자 경험)의 이정표인 셈이다.



사실 당신도 이미 '접근성 덕후'다


정보 접근성이 힙한 진짜 이유는 사실 비장애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기능들이 대부분 여기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이어폰 없이 영상을 볼 때 사용하는 '자동 자막', 운전 중에 카톡을 읽어주는 '음성 비서', 침대에 누워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 부르는 "헤이 구글"까지.


이 모든 것은 원래 정보 소외 계층을 위해 설계된 어시스티브 테크놀로지(Assistive Technology)의 산물이다. 즉, 정보 접근성 연구는 인류의 '귀차니즘'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주는 미래 기술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남들보다 먼저 이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연구자야말로, 기술의 유행을 선도하는 진정한 '얼리 어답터'이자 '인포메이션 소믈리에'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정보 접근성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착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라는 우주를 얼마나 더 넓고 깊게 탐험할 수 있는가 하는 지적 주권의 문제이다. 텍스트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 과정은 마치 해커가 보안망을 뚫고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만큼이나 짜릿하다. 오늘도 나는 탱고의 꼬리질 소리를 들으며, 이 힙한 학문의 세계에서 세상이 보지 못하는 데이터의 이면을 킁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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