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이라는 이름의 엔진

맨더빌의 꿀벌과 디지털 생태계의 역설

by 김경훈

인간은 흔히 자신이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라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네덜란드 출신의 영국 사상가 버나드 맨더빌은 1700년대 초반, 인류의 면전에 대고 아주 불쾌하지만 반박하기 어려운 진실을 던졌다. 그의 저서 '꿀벌의 우화'는 '개인의 악덕이 사회의 이익을 만든다'는 파격적인 부제를 달고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모두가 정직하고 검소하며 절제하는 사회는 도덕적으로는 완벽할지 모르나, 경제적으로는 폭망하기 딱 좋다는 것이다. 오히려 허영과 탐욕, 시기심 같은 인간의 '나쁜' 정념들이 시장을 돌리고 문명을 번창시키는 연료가 된다는 역설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원형: 사익이 빚어낸 공익의 데이터


맨더빌의 이론은 훗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어지는 현대 경제학의 씨앗이 되었다. 정보학의 관점에서 이를 해석하면, 시스템의 역동성은 개별 노드(Node)들의 이기적인 활동량에 비례한다. 만약 모든 이용자가 정보의 과잉 소비를 경계하고 지극히 금욕적인 정보 생활을 영위한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방대한 지식 라이브러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고 싶어서(허영), 누군가는 경쟁자보다 앞서기 위해서(시기), 혹은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서(탐욕)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한다. 이 '악덕'에 가까운 개인적 동기들이 모여 결과적으로는 인류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거대한 지식 자산을 형성한다. 정보의 바다는 숭고한 이타심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수만 마리 일벌의 분주한 이기심 덕분에 마르지 않는 법이다.



어텐션 이코노미와 허영의 아카이브


현대 정보학의 핵심 트렌드인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는 맨더빌의 통찰이 21세기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소셜 미디어상의 화려한 전시와 끊임없는 자기 과시는 도덕적 잣대로 보면 '허영'이라는 악덕에 가깝다. 하지만 이 허영심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트래픽과 콘텐츠는 IT 산업의 인프라를 지탱하고,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생계를 유지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공익적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사진들은 현대판 '꿀벌의 날개짓'이다. 그들이 사익을 위해 찍어 올린 고해상도의 이미지와 텍스트들은 역설적으로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정교한 데이터셋이 되고, 미래 세대에게는 2026년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역사적 기록(아카이브)이 된다. 금욕적인 기록가들이 남긴 딱딱한 보고서보다, 탐욕적인 소비자들이 남긴 화려한 기록이 후대에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꽤나 짜릿한 반전이다.



도덕적인 무인도와 시끌벅적한 시장통


만약 우리가 맨더빌이 비판한 '미덕만 가득한 사회'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신간 도서는 출간되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스마트폰은 개발될 리 만무하다. 모두가 현재에 만족하고 남을 시기하지 않으니 혁신의 동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무인도는 평화롭겠지만, 그곳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스페셜티 커피도, 타키온의 속도로 흐르는 정보 통신망도 없다.


비유하자면, 현대의 정보 시스템은 수많은 악덕이 교차하는 거대한 시장통과 같다. 사기꾼을 피하기 위해 보안 기술이 발전하고, 남보다 빨리 정보를 얻으려는 욕심 때문에 통신 인프라가 진화한다. 104세 과학자 구들이 인생이라는 칵테일을 충분히 마셨다고 선언했듯, 우리 역시 이 세상이 차려놓은 '악덕의 뷔페'를 무조건 거부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안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들을 어떻게 공익적인 지식으로 큐레이션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정보 전문가의 몫이다.



맨더빌은 우리에게 위선적인 도덕의 가면을 벗고 인간의 본성을 직시하라고 요구한다. 사익 추구가 반드시 도덕적 선은 아닐지라도, 그것이 문명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힘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늘 무언가를 사고, 쓰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 그 욕망을 너무 자책하지 말자. 그 사소한 이기심이 어딘가에서는 경제를 돌리는 톱니바퀴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의 파편이 되고 있을 테니까. 다만, 꿀벌들이 꿀을 모으다 실수로 꽃가루를 옮겨 꽃을 피우듯, 우리의 이기적인 활동이 의도치 않게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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