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컷(Clean Cut)

by 김경훈

기운은 키보드 엔터키를 눌렀다. 화면 중앙에 뜬 ‘삭제 완료’ 팝업창이 깜빡였다. 의뢰인인 40대 남성의 불륜 흔적, 그러니까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의 로그와 클라우드에 숨겨둔 사진 3천 장이 영구히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정적이고 깨끗한 남편으로 남을 것이다. 적어도 디지털 세계에서는.


“입금 확인되었습니다.” 기운이 전화기에 대고 건조하게 말했다. 수화기 너머 남자는 안도감에 젖은 목소리로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다. 기운은 대꾸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의 명함에는 ‘디지털 평판 관리사’라고 적혀 있었지만, 업계 사람들은 서로를 ‘데이터 청소부’ 혹은 ‘디지털 장의사’라고 불렀다. 기운이 일하는 업체 ‘클린 컷’의 모토는 단순했다. “당신의 잊힐 권리를 보장합니다.” 물론 그 권리에는 꽤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오후 2시, 예약된 손님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은 상복을 입은 50대 여성이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입고 있는 옷의 원단과 손에 든 가방은 그녀가 강남의 어느 고급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이 이틀 전, 아파트 베란다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는 사실은 이미 뉴스 속보를 통해 알고 있었다.


“앉으시죠.” 기운이 가죽 소파를 가리켰다.


여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최신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그리고 비밀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표정은 지나칠 정도로 차분했다.


“민재… 제 아들 휴대폰이에요.” 여자가 말했다. 목소리에는 물기가 없었다. “전부 지워주세요.”


“전부라면, 계정 탈퇴와 기기 포맷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선별적인 삭제를 원해요.”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 “민재는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입시 압박 때문에 우발적으로 그런 선택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애가 게임을 했던 기록이나, 쓸데없는 사이트에 가입한 것들, 그리고 친구들이랑 주고받은 질 나쁜 메시지들… 그런 건 다 지워주세요.”


기운은 태블릿을 켜고 포스트잇에 적힌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잠금이 풀렸다. 배경 화면은 서울대학교 정문 사진이었다.


“남겨야 할 건요?”


“인스타그램요. 공부 계정 있거든요. 거기 올린 플래너 사진이랑, 상장 받은 거 찍어 올린 거. 그리고 가족 톡방에서 저랑 다정하게 대화한 거. 그런 건 남겨주세요. 아시겠죠? 우리 애는 그냥… 조금 예민했던 모범생으로 기억돼야 해요.”


기운은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슬픔보다는 수치심이 상실감보다는 실패감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그녀에게 아들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완벽한 포트폴리오에 생긴 흠집처럼 보였다.


“알겠습니다. ‘클린 컷’ 스탠다드 패키지로 진행하겠습니다. 작업 기간은 3일입니다.”


여자가 떠나고, 기운은 서버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 홀로 남았다. 그는 민재의 스마트폰을 워크스테이션에 연결했다. 데이터 추출 바가 천천히 차올랐다. 17세, 김민재.


기운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데이터를 분류했다. 여자의 말대로 민재의 인스타그램 ‘공스타(공부스타그램)’ 계정은 완벽했다. 새벽 2시까지 켜진 스톱워치, 빽빽하게 필기 된 문제집, ‘오늘도 파이팅’ 같은 해시태그. 팔로워들은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의 데이터, 그러니까 여자가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했던 기록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기운은 민재의 비공개 트위터 계정을 열었다. 계정 이름은 ‘쓰레기통’. 팔로워 0명. 잠금 계정.


[숨이 안 쉬어진다. 엄마가 방문을 열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린다.]

[학원 옥상 문이 잠겨 있었다. 다행인 건가.]

[성적표 조작한 거 들키면 진짜 끝이다.]


타임라인은 비명으로 가득했다. 여자가 남겨달라고 했던 그 ‘다정한 가족 카톡’의 실체도 드러났다. 엄마는 민재에게 하루에 스무 번씩 학원 등원 확인 메시지를 보냈고,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진 날에는 장문의 비난 메시지를 퍼부었다. 민재의 답장은 언제나 “죄송해요”, “다음엔 잘할게요”, “사랑해요” 세 마디뿐이었다. 기계적인 매크로 같았다.


기운은 마우스를 움직여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팀’ 게임 계정을 삭제 리스트에 올렸다. 여자의 요청대로였다. 게임 채팅 로그에는 민재가 유일하게 숨을 쉬었던 순간들이 남아 있었다. 익명의 친구들과 나누던 농담, 욕설 섞인 하소연. 그곳에서 민재는 모범생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10대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기록은 이제 ‘질 나쁜’ 데이터로 분류되어 소각될 운명이었다.


작업은 순조로웠다. 기운은 감정을 이입하지 않았다. 그는 청소부였으니까. 의뢰인이 버려달라고 한 쓰레기봉투 안을 뒤져서 “이건 추억이지 않나요?”라고 묻는 청소부는 없다.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드라이브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Do Not Open’이라는 이름의 폴더가 눈에 띄었다. 암호가 걸려 있었지만, 기운이 가진 툴로는 10초면 풀 수 있었다.


폴더 안에는 단 하나의 파일이 있었다. `To_Mom.mp3`.


음성 파일이었다. 기운은 헤드셋을 썼다. 재생 버튼을 눌렀다. 치직거리는 잡음 뒤로 민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나야. 민재. 이거 들을 때쯤이면 나는 없겠네.”


목소리는 차분했다. 울음기 하나 없는 체념한 목소리.


“엄마가 원하는 대학교, 못 가서 미안해. 근데 나 진짜 열심히 했어. 알잖아. 엄마가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해서 나 삼각김밥만 먹었어.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물도 안 마셨어.”


기운은 모니터 한구석에 띄워진 여자의 요청 사항 메모를 힐끗 보았다. [우발적인 선택, 입시 스트레스].


“나, 우발적으로 죽는 거 아니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생각했어. 엄마가 내 일기장 훔쳐보고 내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엄마는 내 인생을 편집하는 PD 같았어. 재미없는 부분은 다 자르고, 자랑할 만한 부분만 남겨서 방송에 내보내는 PD.”


소년은 웃었다. 건조하고 씁쓸한 웃음소리가 기운의 고막을 긁었다.


“그래서 나도 마지막 편집은 내가 하려고. 이 파일, 엄마 폰으로 전송 예약해 뒀어. 내가 죽고 나서 3일 뒤에 전송되게. 엄마가 내 방 깨끗하게 치우고, 내 폰 기록 다 지워서 ‘완벽한 아들’로 포장하고 있을 때쯤… 딱 도착하게.”


파일의 재생 시간은 3분이었다. 마지막 1분은 침묵이었다. 그저 가늘게 떨리는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기운은 헤드셋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축축했다.


그는 시계를 보았다. 민재가 죽은 지 이틀이 지났다. 민재가 설정해 둔 전송 예약 시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기운이 지금 이 클라우드 계정을 ‘클린 컷’ 해버리면, 전송 예약도 함께 취소된다. 서버에서 데이터가 증발하기 때문이다.


민재는 자신의 죽음마저 엄마의 의도대로 편집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마지막 반전, 삭제되지 않을 진실을 심어둔 것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의뢰인이었다.


“작업, 잘 되고 있나요?” 여자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아마 장례식 조문객들에게 ‘공부하느라 너무 고생했던 착한 아들’ 이야기를 하며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네, 진행 중입니다.” 기운이 대답했다.


“혹시… 뭐 이상한 건 없죠? 제가 모르는 뭐… 유서라든지, 숨겨둔 여자 친구라든지.”


기운은 모니터 화면 속 `To_Mom.mp3` 파일을 응시했다. 마우스 커서가 파일 위에서 깜빡였다.


이 파일을 남겨두면 어떻게 될까. 여자는 3일 뒤에 아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건 그녀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박살 내는 핵폭탄이 될 것이다. 그녀는 평생을 죄책감, 혹은 아들에 대한 배신감에 시달리며 살게 될 것이다. 그게 민재가 원한 복수였다.


하지만 기운의 직업은 ‘디지털 평판 관리사’였다.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불필요한 데이터를 삭제하고, 고인의 명예를(설령 그것이 거짓일지라도) 지키는 것. 그는 계약서를 썼고, 선금을 받았다.


“여보세요? 실장님?” 대답이 없자 여자가 재촉했다.


기운은 눈을 감았다. 7번 국도의 해안 도로를 달리던 환영이 105동 베란다 난간의 차가운 감촉이 스쳐 지나갔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옛 어른들의 말은 틀린 적이 없다. 산 사람은 자기만의 착각 속에서라도 살아야 한다. 진실이 항상 구원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짓이 가장 자비로운 안식이 되기도 한다.


“아니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운이 말했다. “어머니 말씀대로, 공부와 성적 고민 말고는… 아무것도 없네요. 깨끗합니다.”


“아… 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여자의 안도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기운은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렀다. 메뉴 창이 떴다. [삭제].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작업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경고 창은 무심했다. 기운은 망설임 없이 [예]를 클릭했다.


파일 아이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민재의 마지막 복수도, 3년간 벼러왔던 그 3분의 진실도, 0과 1의 데이터 부스러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제 민재의 클라우드에는 수학 문제 풀이 영상과 영어 단어장 파일만 남았다. 완벽했다.


“작업 완료했습니다. 이제 로그아웃하겠습니다.”


기운은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서버실의 팬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화면 보호기가 켜지고 모니터가 검게 변했다. 검은 화면 속에 기운의 무표정한 얼굴이 비쳤다.


그는 ‘깨끗하게’ 잘린 단면을 보고 있었다.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아주 깔끔한 절단면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로젝트 갑(甲)의 알고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