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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토막생각

구독자님에게.

by Hoon

새벽, 출근하려고 밤새 침대로 녹아든 몸을 일으킵니다. 태곳적 천렵의 시대부터 이미 인류에게 새겨진 유전자의 작용일까. 스마트폰부터 집어 화면을 깨웁니다. 눈을 찡그려 광량을 줄입니다. 작은 화면 위쪽 깨알 같은 그림들이 잠든 나 몰래 세상과 소통했던 흔적을 보여줍니다. 오늘처럼 “아무개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뜻밖에 표시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기분이냐면요. 겨울날 일어나자마자 무심코 커튼을 열어젖혔을 때 밤새 소리도 없이 세상을 덮은 설경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무심결에 문을 열었더니 틈새에 꽂혔던 것이 툭 떨어져, 반가운 친구가 보낸 편지를 집어든 마음이 됩니다.

얕고 옅어서 그다지 남을 것 없는 못난 글줄들임에도 기꺼이, 또 굳이 다시 찾아오겠다 약속해 주시는 한 분 한 분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간밤에 마음을 먹어주신 귀하께선 그 가운데 어떤 이야기가 그래도 내 처지와 닿는다 싶으셨는지. 그것도 무척 궁금합니다.

대부분 얼굴도, 이름도 알 길이 없지만 모두 감사한 분들이십니다. 모쪼록, 건강하고 편안하십시오.


Hoon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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