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길버트에 대해서라면 호불호가 나뉠 텐데, 나는 좋아하는 쪽이다. 쉬운 말로 쓰고, 적당한 순간에 등장하는 유머 포인트도 나랑 잘 맞는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도 좋았지만, 『결혼해도 괜찮아』에서 전작의 전 세계적인 대성공 이후 새롭게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강요할 때, 사람들이 요구한 무언가에 스스로를 맞춰가고 싶을 때, 나는 아직 글 쓸 준비가 안 되었네, 하며 토마토 키우기에 집중하는 장면에서 내 사랑은 더욱 확실해졌다.
Ideas are a disembodied, energetic life-form. They are completely separate from us, but capable of interacting with us – albeit strangely. Ideas have no material body, but they do have consciousness, and they most certainly have will. Ideas are driven by a single impulse: to be made manifest. And the only was an idea can be made manifest in our would is through collaboration with a human partner. (35p)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받아들일만한 사람을 찾아다닌다는 그녀의 주장은 흥미롭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말한다. 자신에게 찾아왔던 영감을 무시했을 때 그 아이디어가 자신의 소설가 친구에게 옮겨갔던 일 말이다. 그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듯싶다.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의 아이디어가 볼 키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옮겨졌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 그래서 제목이 ‘매직?’
다음 챕터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살고 있던 과학자들이 어떻게 동시에 같은 내용의 발견을 할 수 있었는지 말하려는 듯싶다. 앨프레드 윌리스라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학자는 『종의 기원』의 등장을 촉진시킨 사람이다. 윌리스는 종의 진화에 대한 간략하고 개념적인 논문을 학회에 제출했는데, 논문 심사 위원 중 한 명이었던 다윈의 스승은 윌리스의 논문이 다윈과 같은 생각을 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서둘러 다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다윈의 주장과 연구가 윌리스와 같은 학보에 실리도록 권했다. 다윈은 떠밀려 출판함으로써, 간신히 자신의 연구와 주장의 소유권을 영원히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양자오의 『종의 기원을 읽다』에서 읽은 내용과 일치하는데, 그래서 더욱 엘리자베스의 말이 믿어지기도 한다.
쉽게 쓴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쉽게 쓰는 것이야말로 작가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이 아닌가 쉽다. 더 좋은 건 쉽게 유익한 내용을 쓰는 것. 더 더 좋은 건 쉽게 썼고 유익한 내용을 담았는데 재미있는 것.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읽기 쉽고 유익하며 재미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