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힘겨운 어학원에서의 첫 하루를 마치고 오후 한 시쯤, 나는 처음으로 독일 마트를 향해 걸었다.
한국보다 덜 춥다는 말을 들었지만 공기는 생각보다 훨씬 차가웠고, 회색빛 하늘 아래 잎을 모두 떨군 나무들은 거리 전체를 을씨년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자전거 바구니에 빵을 담고 콧노래를 부르며 햇빛 속을 가로지르는 장면 같은 건, 적어도 그날의 나 혹은 이 베를린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길을 걷는 동안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 맴돌았다.
'삼겹살'
몸도 마음도 지칠 때마다 떠오르는 음식이다. 지글거리는 소리, 익숙한 기름 냄새, 김치와 함께 입 안에 퍼지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위로. 독일이라고 해서 입맛까지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저 먹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나는 마트를 향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나는 무식했고, 동시에 이상할 만큼 용감했다.
그때 내가 아는 독일어라고는 숫자 하나, 둘, 셋뿐이었다. 이름을 말할 때도 혀가 꼬였고, 자기소개를 하려 하면 머릿속이 하얘졌다.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배고픔은 언제나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내가 들어간 곳은 동네에서 가장 큰 마트였던 ‘Real’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곳은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 같은 곳이었다. 인터넷도 되지 않는 휴대폰은 시계나 다름없었고, 결국 나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