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락산, 그 멀고도 험한길

(벌써 그 나이에 그러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니. ^^*~)

by Hoo








수락산 그 멀고도 험한 길





이번 주에는 소백산을 가려고 계획하였으나 날씨가 허락하지를 않았습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곳이 서울에서 전철로 쉽게 갈 수 있는 수락산이었습니다.



샐러드와 호밀빵으로 아침을 먹고는 별 생각없이 등가방과 카메라가방만 메고 나가려고 준비합니다. 세탁실에 널려있던 등산복과 등산내의를 가져와 입으려고 하니 꼭 오래된 어물전에서 나는 것 같은 짠 내가 납니다.



지난 주 일요일 김선생님, 박선생님과 같이 야생화를 담으러 갔다와서 세탁기에 넣고 돌렸는데 깜빡 하고는 수요일날 꺼내서 말렸던 것입니다. 꺼낼 땐, 세탁기 안에서 거의 말라 있었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등산복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며 짠 내가 났던 것입니다.



아침부터 기분이 편하지 않지만, 춘추등산복이라고는 한 벌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 후다닥 챙겨서 나갑니다. 오늘은 야생화 찍을 것이 없을 것 같아 렌즈가방과 삼각대는 가져가지 않았으며 부지런히 전철역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20년 넘게 습관적으로 다니던 3호선 잠원역으로 직행하고 맙니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다 아차하고 다시 돌아서며 7호선 반포역으로 향합니다. 아침부터 계속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은 것 같군요.



마음이 자꾸 바빠집니다. 서울 근교산은 항상 등산객이 많이 붐비므로, 가능한 덜 붐빌 때 빨리 먼저 조용히 올라갔다 여유롭게 내려오려는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반포역으로 달려가 전철을 타고는 편안히 앉아 부족한 잠을 보충합니다. 한참을 가다보니 어느 듯 중계역에 도착했고 아무런 생각 없이 카메라를 꺼내어 배터리 잔량을 체크하려고 보는 순간 그만 까무라치고 맙니다.



카메라에 장착된 렌즈가 풍경사진을 담을 광각렌즈가 아니고, 지난 주 야생화를 촬영하고 장착되어 있던 마크로렌즈가 붙어있지 않은가.!!!



순간 서둘러 나왔던 내 모습에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니 내가 이 나이에 아무리 가까운 근교산을 가지만 이렇게 생각도 없이 챙겨보지도 않고 나왔단 말인가.



아 ~ 순간적으로 머리가 무거워 지려고 합니다.



수락산의 멋있는 바위들을 좋은 풍경사진으로 담으려고 했던 계획이 그냥 수포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사진도 찍지 않을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를 메고 등산할 이유가 없습니다. 스스로 덜렁거리는 습관에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화를 진정시킵니다.



그래 다시 집에 가서 렌즈를 교체해 오자.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돌아오는 전철을 탔는데, 오늘따라 왜이리 전철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시간에 대한 개념이 남달라서, 어떤 계획이 사소한 실수로 전체가 뒤죽박죽 되어버리면 나는 화가 나서 참아내지를 못합니다. 시간이 깨어지면 그 일 전체가 망가질 수도 있거니와, 부족한 시간 만큼 또 부대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포역에서 내리자 마자 집까지 뛰다시피 갑니다.



아침부터 산을 가기도 전에 땀으로 몸이 너무 덥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도어키를 꺼내어 현관문에 키를 꽂아 돌리는데 키가 헛돕니다.



문을 당겨보니 아침에 나가면서 문을 잠그지 않은 것입니다. 등산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서며 문을 닫고 복도에서 신발끈만 매고는 그냥 가버린 것입니다. ㅎㅎㅎ



정말 오늘은 아침부터 온갖 난리 쑈를 다합니다. 그냥 포기해 버리고 말까 하다가 일찍 일어난 것이 아까워 다시 나갑니다. 내가 벌써 이 나이에 병원을 가봐야 하나..!!!...???..!!!



ㅎㅎㅎ 수락산역에 도착하니 7시가 가까웠습니다. 오늘은 등산객이 많지만 복잡한데로 그냥 가자. 가면서 김밥 하나를 사서 가방에 넣고는 산을 오르니 입구부터 단체로 온 학생들 하며 말할 수 없이 등산객들이 많습니다.



그래. 이런 날도 있어야지 하며 부지런히 올라가니 오늘의 날씨가 이른 시간에는 조금 흐렸는데 10시가 넘으면서 하늘이 얼마나 청명한 지 모릅니다.



수락산 주능선을 따라 가노라니 기암절벽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참 기분을 좋게 합니다.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늘이 얼마나 청명한 지, 서울에 오래 살면서 이렇게 하늘이 청명한 날을 본 적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4호선 당고개역에서 전철을 타고 오후 3시 반 쯤 집에 도착합니다. 돌아오며 스스로에게 이렇게 위로합니다. 수락산이 맑고 깨끗한 하늘을 보여주려고 시간에 맞춰 나를 늦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건망증이 좀 심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보시게 ~



정신 차리거레이. 벌써 그 나이에 그러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니. ^^*~



오늘 하루 수락산 정말 멀고도 험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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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침부터 치른 쑈때문에 허둥대던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며 스스로 가볍게 넘길 수 없었습니다. 아직 이 나이에 이러면 안되는데 하고 생각하니, 병원을 가봐야 하나 하고도 생각해 봅니다.


살아가며 누구든 그렇겠지만, 시간에 대한 개념이 분명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실수로 스스로 시간에 부대끼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월이 가든말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면 좋을텐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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