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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푸 Oct 18. 2024

우울증이 지나가고

그렇게 스물여덟이 되었다.

“그녀는 우울증에 걸려 밥을 넘기기도 힘들어했다.”


책을 읽다 문득 이 문장에, 잊고 있던 몇 년 전 내 모습이 눈앞에 범람했다.




취업 준비와 의존적인 가족 문제로 우울증이 심해졌을 때, 나는 결국 방문을 걸어 잠갔다. 밖에 나오지 않고 물만 마시거나 하루에 한두 번 시리얼만 먹었던 것 같다.


종일 누워있었다.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 울다, 자다, 다시 깨어나 울었다. 어떤 기억이 남아있진 않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깨어있으면 눈물이 났고, 우는 게 아니라면 지옥 같은 현실에 억지로 잠을 청했다.




와. 나에게 그런 시기가 있었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몇 년 후 잘 맞는 회사를 만나 돈도 벌고, 하루하루 잘 생활하고 있다고. 취미를 배우고 운동을 하고 친구도 만나며, 회사 다니는 것도 나름 괜찮은 삶이라 생각할 만큼 잘 지내고 있다고. 살아있다는 사실이 좋아질 거란 걸 상상이나 했을까.


지금의 내가 침대에 누워 멍하니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을 그때의 나에게 갈 수 있다면, 아무 말 없이 온 힘을 다해 꾹 안아주고 싶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믿어지지 않을 테니 그냥 ‘버텨줘서 고맙다’고.


그 말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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