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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Oct 14. 2018

메밀꽃 필 때 제비

노을이 지고 있었다. 활짝 열어놓은 식당 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나는 식사를 기다리며 그날 다녀온 장소들을 되돌려 보았다.  

‘어!’

식당 손님 중 한 사람이 놀라 소리쳤다. 곧 여기저기서 ‘어!’ ‘어!’ 했다. 식당 전체가 어수선했다. 제비였다. 새끼 제비 한 마리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천장 아래를 날아다녔다. 몇 바퀴 돈 다음에는 입구 위 쪽창을 향해 연신 머리를 부딪쳤다. 높게 날려 할수록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낮게 날아야지.”

“문으로 나가야지.”

하루 끝에 지쳐있던 사람들의 눈이 반짝였다. 다들 조금씩 들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제비를 응원했다. 하지만 제비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제비는 고집스레 쪽창을 향해 날갯짓했다.


“불 좀 끌게요.”

태연하게 보고 있던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손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안이 바깥보다 어두워졌다. 제비는 조금 더 방황하더니 그제야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날아갔다. 누군가 박수를 쳤다. 나도 따라 쳤다. 식당 안 모두가 안도했다. 기분 좋게 다시 일행과 식사를 시작했고 대화는 좀 더 활기찼다.

     

식당을 나오는데 처마에 제비집이 보였다.

“이런 일이 자주 있어요?”

주인아주머니의 대처법이 예사롭지 않았으니까.


서너 해 전이었다. 제비가 식당 처마에 집을 지었다. 새끼 세 마리가 태어났다. 며칠 지나 아침 문을 여는데 제비집은 부서지고 새끼 제비 두 마리만 식당 입구에 떨어져  있었다. 아주머니는 새끼 제비들을 조심스럽게 안아 식당 안으로 들였다. 계산대 옆에서 사나흘 육회를 먹여 키웠다. 새끼 제비는 곧 기력을 찾고 날았고 계절이 바뀌자 떠났다. 다음 해 제비가 식당 앞에 다시 집을 지었다. 그 새끼 제비가 어른이 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음 해에도 제비가 집을 지었다. 대대손손. 올해가 3년째였다. 새끼 제비들은 첫 비행을 시작하고는 어김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인사라도 하나 싶었다.


“어떤 손님은 식당 안에 그냥 두라고 해요. 그런데 날아다니며 똥을 싸니까. 그래서 내보내지. 그래도 해마다 오니 반가워.”     

나는 해 진 거리에 나와 처마의 제비집을 쳐다보았다. 함께 제비를 응원하던 식당 안 손님들도 돌아보았다. 말 한 마디 나눈 적 없는 그들이 같이 여행을 끝낸 친구인 양했다. 그때 나는 이 여행을 조금 더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따뜻해진 마음을 조금 더 오래 껴안아야지, 내 마음 안에 당신을 위한 집을 지어야지. 그럼 사랑도 잊지 않고 언젠가 봄날에 다시 나를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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