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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헛물을 켜야지

2025년 1월 9일 : 고명재 시인 북토크_원주 바름책방

by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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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독서모임에서 고명재 시인의 책 두 권을 같이 읽었다.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문학동네)과 산문집 『너무 보고플땐 눈이 온다』(난다).


글이 너무 맑고 영롱해서 나는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채 독서모임에 가곤 했다.

‘사랑을 줘야지 헛물을 켜야지’하는 시를 읽다가

모임의 연장자인 ㄱㅅ님이 시의 감상을 이야기할 때에야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하고는 ‘하~’하고 깊은 탄식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는 ㄱㅅ님께 말했다.


“시는 인생의 선배들이라 읽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30대의 고명재 시인은 내 인생 선배 ㄱㅅ님의 마음을 어찌 그 일찍 알아버렸을까?

‘비구니들이 업어서 키운 아이’라서만으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는 비구니 같은 내 엄마가 업어 키운 아이기도 한데 이 나이가 들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인데.

(엄마가 교회를 다녀서인가?)


그날 독서모임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하~’하거나 ‘와~’하거나.

말이 되지 않는 시를 읽으며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을 내뱉는 게 전부였다.


오늘 북토크에서 처음 본 고명재 시인은 소년 같은 사람이라 참 좋았다.(mbti가 나와 똑같아서만은 아니고)

시인의 입에서 나온 책과 시인의 이름 둘을 메모장에 적었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기시 마사히코)’ 그리고 시인 ‘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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