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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Oct 06. 2015

'내 일'을 하는 것의 즐거움.

일곱 번째 인터뷰_데이터스퀘어 박순영 대표님

[데이터 스퀘어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시스템 개발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2011년 9월에 당시 23살이던 박순영 대표님이 창업했다. 그 후 지금 2015년까지 이 일을 지속하고 계시고, 지난 2014년에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파이브락스(5Rocks) 함께 아시아 100대 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 큰 이슈였던 메르스지도를 만든 개발자이시기도 하다.]


데이터스퀘어 홈페이지 : http://datasquare.co.kr/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망설여지거나 고민이 많지는 않으셨어요?


제 주위의 사람들은 제가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 생각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던데, 사실 저는 생각이 많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든 일단 일을 벌려 놓은 후에 수습하려고 생각을 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사업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거 한번 해볼까?' 하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창업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사실 요즘이 시스템적으로 관리할 것이 많아져서 창업초기보다  더 생각이 많아요. (웃음)


창업을 시작하실 때 비전이 있으셨어요?


초반에는 비전이라기 보다 목표가 수치적으로 뚜렸했어요. 유저의 반응에 대한 수치였죠. 예를 들면 '내가 만든 서비스를 몇 만 명이 이용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어떤 파장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그 수치만 달성하면 됐다고 생각했어요. 이 점과 더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제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해요. 그래서 그 가치관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창업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비전이 없이 사업을 시작할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가치관이 제 사업의 비전이라고도 볼 수 있죠.


팀원의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 부분은 사실 저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예전에는 제가 분명히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은 계산적이었죠. '이 사람은 이걸 제시하면 올 것이다'라는 생각이죠. 그런데 사실 이런 계산적인 제안보다도 같이 하자는 진심을 보여줬을 때 팀원들이 함께 하더라고요. 이 부분이 참 신기한 부분이에요.


최근에도 이와 관련된 경험을 했어요. 작년에 개인적으로 '회사를 그만 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혼자 속으로 '흔들리는 내 모습을 보고 팀원들이 나가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남아 있더라고요. 회사를 안떠나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이 나갈 이유도 딱히 없더라고요. (웃음) 이 점을 살짝 강조하고 싶은데, 조금은 우습지만 팀원들이 '나갈 이유가 없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이 이유는 회사에서 그들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해줄 때 생겨요. 그리고 대표의 보여주기식 동기부여가 아니라 본인의 철학에 맞게 원칙을 지키며 묵묵히 일을 진행하는 모습에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믿고 따라오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방법이 어렵다면 옆에 내 철학을 믿고 따르면서 팀원의 동기부여를 담당할 수 있는 팀원이 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제가 직접 팀원을 동기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팀원이 동기부여하는 것이죠.


창업을 위한 첫 스타트를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하고자 하는 일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첫 시작점으로 잡았으면 좋겠어요. 프로토타입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지인을 활용한 프로토타입이에요. 예를 들면, 요즘 제가 개발중인 버킷츠란 서비스가 있어요. 내가 관심 있는 상품의 카테고리를 미리 선택해 놓으면 그 관련 상품들을 카탈로그 형태로 메일이나 푸시를 통해 내게 알려주는 서비스에요.


만약 이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만든다면, 이 사이트의 초기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지인들 몇몇을 모으고 그 지인들에게 관심 상품을 묻고 그 상품에 대한 시장의 정보들을 정리해서 카탈로그식으로 보내주는거에요. 그런 다음 반응을 보는거죠, 내가 보낸 정보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더 나아가 내 카탈로그를 통해서 상품을 구매하기도 하는지요. 이런 방식으로 기술 기반의 사업이라도 실제 프로토타입을 진행할 수 있어요. 그럼 사업성도 조금 눈에 보이고 개발 없이도 경험을 얻게 되는 거죠. 그리고 결국 이런 조그마한 노력이 창업으로 이어지더라고요.



어떤 성향의 사람들이 창업을 한다고 생각하세요?


성향이라기보다 창업을 시작하는 두 가지 타입의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첫번째는 구체적인 사업의 방향 없이 그냥 ‘한번 해보자’라는 식의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명성을 쌓거나’ ‘특정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시작하는 타입이에요. 이 두 타입의 사람들에게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첫 번째 타입의 사람은 반드시 기간에 대한 명확한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몇년차까지 ‘어떤 경험’과 ‘일정 수준의 소득을 얻겠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치와 한계선을 잡고 일을 시작해야 일에 끌려 다니지 않아요. 젊기 때문에 모든 경험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남는 것 하나 없이 쓸데 없는 일에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돼요. 


두 번째 타입의 사람은 만약 자신의 전문분야를 알고 기술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하고 싶은 분야로 창업을 시도하고 제대로 그 분야에 관해 '일'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다른 커리어도 있어요. 한 기업에 취직해서 진행하거나 독학을 통해서 지식을 쌓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창업이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대표님은 어느 타입에 가까우셨어요?


저는 두 타입 모두 다 섞여 있었어요. 초반에는 첫 번째 타입이 강했고, 올해 접어들면서 두 번째 타입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저는 제 사업의 단계를 세 파트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것 그리고 돈을 벌고 싶었던 단계에요. 사기를 당하고 난 후 두 번째 단계에 접어 들었는데 그 단계는 회복하는 시기라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과 성과가 나와야하는 일들을 한 것이죠. 마지막 세 번째 파트는 마음의 여유도 조금 생기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만의 가치와 비전을 만들고 그 가치를 쫓기 위해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23살에 창업하고 지금까지 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셨나요?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1억을 사기 당했던 때였어요, 그 당시에 회사의 한 직원분이 저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은 분이라 전적으로 믿고 있었는데, 그분이 회사에 사기를 치시더라고요. 그 때 일로 생긴 1억의 빚을 갚느라 신체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밤낮 할 것 없이 1년 내내 일이 들어오는 대로 다 하면서 갚아 나갔죠. 스타트업 초반이기도 했고 아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겪은 일이라 정신적인 부담도 컸어요.


그 일 말고도 최근에 조금 색다르게 힘든 일이 있었어요. 오히려 앞서 말씀 드린 사기 당한 경험보다 정신적으로 조금은 더 힘든 일이었어요. 그건 바로 초기부터 사업을 함께 해온 팀원들과의 이별이였죠. 이 어려움은 돈 문제가 아니라 사업이 진행 되지 않는 답답함과 인간적인 상실감에서 오는 어려움이었어요.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그 문제 자체에 대해 감정 이입을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그 문제는 제가 매달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해결 되지 않는 문제에 감정 소모를 하고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다 보면 해야 할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돼요. 그래서 그 문제에 감정이입을 하는 것 대신 일상 생활속에서 하는 활동에 감정 이입을 하려고 노력 했어요. 예를 들어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혼자 돌아 다니며 일상 생활 속에서 모든 스트레스들을 풀었어요. 그렇게 문제에서 잠시 떨어져 일상 생활 속에서 활기를 얻고 여유를 얻은 다음 문제를 바라보니 보다 더 객관적인 마음으로 볼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데스벨리(Death Valley)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사실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데스벨리는 특정 기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있어요. 그 규모와 기간이 다를뿐이지 스타트업에게는 항상 새로운 차원과 새로운 방식의 데스벨리가 찾아와요. 그래서 늘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스타트업이고, 늘 깨어있어야하는 것이 스타트업이에요. 처음 그 어려움을 겪을 때 지혜롭게 극복해야 해요. 그 경험이 후에 찾아올 어려움을 해결할 기본 바탕이 될 것이에요. 그리고 그시기를 한번 보냈다고 해서 지나치게 안심하거나 안주해서는 안되고요. 언제나 준비된 마음으로 일을 지속해야해요.


그렇다면 창업을 하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내 사업을 하면서 내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내 가치를 일부러 대기업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서 살 필요는 없어요. 물론 일을 하다보면 나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해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내 비전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창업이죠.


그리고 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것은 제가 한 일을 통해 스스로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에요. 처음 제 월급을 받았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회사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는 월급 받을 생각을 못했어요. 아니 안했어요. 이 부분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 돌아보니 대표는 월급 받을 생각으로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팀원의 월급을 꼭 챙겨야 하지만 대표는 자신이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가장 나중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참 힘든 부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만큼의 각오와 책임을 지는 것이 대표라는 직책인 것이죠.


예비창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릴게요!


창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고요. 조금은 안정적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려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정부가 청년들의 창업을 위해서 많이 지원하잖아요. 인큐베이팅 사업도 많고요. 그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 했으면 좋겠어요. 창업이라는 모험의 위험도를 조금 낮춰 주는 안전 장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가 확정이 되었다면 그 분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고 그 일을 시작해야 해요. 예를 들어 IT 서비스에 관한 일이라면, 코딩을 할 줄 아는 것이 필수라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코딩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습득해야 해요. 어떤 메커니즘으로 개발이 진행되는지 그 흐름을 알아야해요.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재미있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볼 수 있다는 거에요.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팀원 간의 역할을 정확히 나누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주고싶어요. 초반에 각자의 역할을 불분명하게 나누면 사업을 진행하는 중에 많이 싸우게 되더라고요. 초반부터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정확히 나누어야 해요. 그리고 각자의 역할이 명확해 졌으면 그에 대한 대가도 정확히 나누어야해요. 물론 그 전에 신뢰 관계가 구축되어 있다면 그냥 진행해도 괜찮지만, 잘 구축이 되어 있지 않다면 보상이라는 정확한 피트백이 있어야 해요.


23살,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이른 나이에 창업을 시작해 27살인 지금까지, 이제는 어느정도 안정궤도에 오르신 대표님. 우리는 대표님은 현재의 삶을 성공하셨다고 보시는지, 만족스러우신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드렸다.
그 질문에 대표님은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제 인생의 프로토타입이라고 생각해요. 제 자신이 아직 감히 성공했다고 보지 않아요. 아직도 저는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저는 앞으로 세계로 나가고 싶어요 그 삶을 위해 지금은 그 바탕을 만들고 있는 것이죠."라고 말씀해주셨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혁신에 목말라하며 자신을 끊임 없이 성장시키는 것, 이것이 창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by. 피제이.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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