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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Oct 01. 2015

오늘도 꿈꾸는 혁명가

여섯 번째 인터뷰_ 눔(Noom Inc.) 정세주 대표님

[Noom(눔)은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 회사로, 2006년 정세주 대표와 구글 수석 엔지니어 출신인 아텀 페타코브가 함께 설립하였다.  2009년과 2010년에 구글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개발사로 뽑혔으며, 2012년 12월에 한국어 버전을 출시하고, 2013년 5월에 '눔코리아(Noom Korea)'를 설립하였다.  건강한 생활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미션으로 하고 있다.]

noomkorea 사이트; https://www.noom.com/kr/


인터뷰 글에 앞서 정세주 대표님에 대해 짧게 설명하고자 한다. 정세주 대표님은 세 번의 창업을 하셨는데, 첫 번 째는 대학교 때, 해외 희귀 음반을 팔았던 사업이다. 두 번째는 뉴욕으로 넘어가 뮤지컬 사업을 시도했지만 한 투자자의 배신으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뉴욕에서 시작해 한국, 일본, 유럽까지 매혹시킨 모바일 헬스케어  회사'Noom'이다.


굳이 가족들이 있는 한국을 벗어나 미국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빨리 움직이는 성향이에요. 처한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을 결정하고 행동하죠. 당시 미국을 선택했던 것은 제게 가장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이‘뉴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생각이 들고 난 후에 뉴욕에 대한 정보 없이 달랑 500만 원 들고 떠났죠. 다들 이 이야기를 듣고 놀라시지만 저에겐 정말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어요.


처음 해외 희귀 음반을 파는 사업을 할 때도, 하루 만에 결정했어요. 딱 하루 고민하고, 바로 다음날 시작했죠.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사업도 ‘하겠다.’고 결론 내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마음 내키는 대로 가는 것은 아니에요. 최적의 순간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연마하고 있어요. 이런 성격이 장점이 될 때가 있고 단점이 될 때가 있지만, 30대 후반이 되니까 제 스타일로 자연히 굳어지더라고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실 수 있지 않으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한국 사회에 염증을 느꼈어요. 학교와 전공에 따라, 이미 길이 정해져 있고, 회사에 가서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메뉴얼화 된 삶이 싫었어요. 사회의 기준에 맞춰 타인을 평가하고, 내가  평가당하는 한국이 답답했어요.


단 하루 보는 수능시험으로 순위에 따라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미국은 SAT를 보고, 자기가 원하는 학교 수 십 군데에 지원할 수 있고, 지원 기준도 다양해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1,2년 정도 쉬고 갈 수 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 하잖아요. 한없이  지지받고  응원받아야 할 젊은 학생들에게 그런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참 좋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생이 되면 스펙 쌓으라고 하고,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빨리 본인의 색깔을 만들라고  푸시하잖아요. 그게 너무 불합리(unfair)하다고 생각했어요. 불만이 쌓이고 쌓여 다른 곳에서 답을 찾고자 한 것이죠.


창업을 한다고 떠나셨을 때, 부모님께서 반대하지는 않으셨나요?


뉴욕을 가기 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었어요. 아마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지 않으시고, 한국에서 살았으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불만은 계속 쌓여갔겠죠. 제게는 아픈 기억이기도 하지만 아버님 덕분에 오히려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도 가장 큰 리스크를 가져야 하는 길로요.


아마 창업하면서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이 부모님 일거예요. 여기서 장애물이라는 의미는, 부모님은 자식들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차마 고생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시작할 때부터 이게 맞는 길인지 물어보시고, 그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마음이 약해질 거예요. 결국,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되겠죠. 사실,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도 괜찮아요. 모두가 꼭 혁명가처럼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중요한 것은 내 의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해요.  


창업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세요?


우선 제가 학생들이라면 ‘사색의 시간’을 가질 거예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색하는 습관이 잘 안 갖춰 있을 거예요. 사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정말 많이 필요해요. 쉽게 말하면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해요.


저는 사색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상황이 저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미국에서 했던 두 번째 사업이 투자자의 배신으로 실패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았어요. 할렘이 있을 때였는데, 정말 외로웠어요.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 보이니까 사람들을 만나기 싫었고, 사람들도 그런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겠죠.


주변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보면 분명 모두 암흑기가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극복했을 거예요. 공부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을 때, 철학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철학이 생기면 자기 확신이 생기고, 결국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되죠. 누구든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고민했는지가 묻어 나와요. 그 고민의 수준을 정말 처절하게, 죽고 싶을 만큼 해보세요.


그리고 창피함도 많이 겪게 될 거예요. 헬스케어 사업을 시작했을 때, 처음 2년 동안 투자를 단 한 군데에서도 받지 못했어요.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수 천 번을 설득했지만, 모두  거절당했어요.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할 거예요.  거절당할 각오도 하고요. 한 번에 되는 사람은 없어요.


할렘에서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때,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이유)이 궁금해요.

우선 어떤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 철학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스스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때가 오는 것 같아요. 개인 철학이라 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그리고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이성과 같은 것을 의미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부모님이 항상 절 독려해주셨어요. 그렇게 사랑을 받은 덕분이기도 해요. 더불어 성격이 긍정적이에요. 기분이 나쁘면 그냥 자는데, 일어나면 괜찮아져요. 그리고 그 기분을 유지하면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죠. 마치 농부의 마음처럼 살아가려고 해요. 어제처럼 오늘도 열심히, 하지만 어제보다 나아진 모습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요.


그 다음엔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요. 운동과 책이요. 책은 정말 많이 읽었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두 권씩은 읽는데, 미국 가기 전엔 무조건 경영, 경제, 자기개발서, CEO에  관련된 책들을 읽었어요. 그렇게 2년을 읽으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고, 제 자신의 것으로 해석을 하게 됐죠.


때론  마음속에 오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공포감, 불안감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해결될 때가 있어요. 말하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기도 하고, 상대의 말을 듣고 영감을 얻을 수 있어요. 이런 방법들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사색을 하면서 꿈꿨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비슷한가요?


네, 비슷해요. 근데 그땐 마냥 행복할 줄 알았어요. 말 그대로 꿈속에서 사는 거니까요.  막상  꿈속으로 들어오니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이 오더라고요.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10년 전의 제게 준다면 아마 감당하지 못할 거예요. 그 당시 꿈꿨을 때는 생각지 못했던 변수들이 너무 많이 생겼거든요. 가족이 생겼고, 비즈니스적 관계가 생기고, 투자자들이 생겼어요. 아주 긴 스펙트럼 중에서 일부분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창업가들의 공통적인 성향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인터뷰해보면 아시겠지만  Big Problem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큰 사람들이 창업을 해요. 여기서 두 가지 성향으로 나뉘는데, 한 그룹은 불평/불만으로부터 시작하죠. 두 번째 그룹은 문제의식을 파악한 다음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에요. 여기서제가 추구하는 것은 두 번쩨 그룹이에요. 헬스케어 영역이 잘못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혁명을 일으켜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은 거죠.


문제 해결 방법을 높은 수준으로  구체화시키고, 논리적으로 만든다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요. 창업을 하면 리더가 돈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해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개인적 성향이나 취향 가지고는 안돼요. 예를 들어,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했을 때, 클럽을 가고 음악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음악으로 창업한다고 하면 달라지겠죠.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은 달라요.   


대표님이 삶을 살아가는데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사람들은 각기 다른 성향과 성격, 그리고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잖아요.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그 재주를 발견하는 과정인데, 저는 운이 좋게도 스스로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제가 잘 하는 것을 연마해서, 그 재능을 극으로 발현시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서 추구하는 태도예요. 마지막 눈을 감는, 끝나는 순간에 아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완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의 집중과 노력이 항상 최대치에 있었다는 것. 그게 제겐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젠 제가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나이와 환경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이고, 사위이자 노모의 아들이에요. 저를 희생해서 해야 할 것 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이런 과정들이 눈물겹거나 하지 않아요. 그냥 정말 자연스럽게 이렇게 되는 거예요. 신기하게도요. 그래도 그 안에서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요. 열심히 살고, 열심히 기여하고 싶어요. 사회를 선하게, 긍정적으로 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처럼 말이에요.


사실 이런 말들을 추상적으로 하기 시작하면, 몽상가나 철학가가 될 텐데, 저는 비즈니스 영역에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예요. 일반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창업가나 기업가의 위치에서 애플과 삼성이 싸우는 것을 보면 아찔하고 치열해요. 이 영역에서는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팀원들과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지 매일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가운데 Noom 정세주 대표님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우선 지는 연습을 하면 안돼요. 이기는 연습을 하셔야 해요. 호랑이 굴에 잡혀 들어가는 마음으로 긴장해야 해요. 교회 오빠 같은 모습은 큰일 나요! 착한 것은 기본이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선 안돼요. 여기는 프로페셔널한 사회예요.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사회에 무엇을 희생할 수 있는지, 서비스가 어떤 것을 기여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얘기할 줄 알아야 해요.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유보해요. 어른들이, 주변에서, 부모님들이, 친구들 이하는 결정을 따라가죠. 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직무 유기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선택할 기회를 주었을 때, 결정하지 않거나 수동적으로 따라가지 않길  바라요.





사실 정세주 대표님을  한국 '눔 코리아'에서 만나 뵙기 전, 미국에 머물었을 때, 뉴욕 본사를 방문했었다.'작은 애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복지 체제나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더불어 가족 같은 분위기와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기업 문화를 보고 나니 정말 다니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매 점심 시간은 회사 내 메인 쉐프의 요리를 함께 먹는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식구나 생일인 사람을 위해 작은 축하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며칠 전, 영화 <인턴>을 보면서 문득 'noom'에서 새로운 식구를 축하해주고 케익을 함께 나눠 먹는 모습이 겹치기도 했다.


우리를 환영해주고, 자유롭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하는 일에  열중하는 회사 직원분들의  보고 우리는 대표님을  하루라도 더 빨리 뵙고 싶었다. 이렇게 좋은 회사를 만드신 정세주 대표님은 과연 어떤 분이 실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정세주 대표님을 처음 뵀을 때, 우린 대표님의 엄청난 에너지에 압도되었다. 여러 번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 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에너지는 바로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과 사색의 시간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우리는 사회를 향한 불평불만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정세주 대표님 역시 이런 한국에 오랜 염증을 느끼고 계셨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고 계신다.
대표님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창업을 선택하셨고, 하루가 48시간인 것 처럼 일에 몰입하고 계신다. 그리고 그 노력으로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어쩌면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가 우리 손에 달려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꿀 수 있다고,  해결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행동한다면 말이다.    

by. 제이제이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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