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인터뷰_ (주)파이브툴 정기운 대표
['(주)파이브툴'은 기술기반 제조업 회사로, 회사명은 야구 용어인 'five tool player'에서 영감을 얻었다. 타격도 좋고 도루도 잘하고 수비도 뛰어난 타자를 'five tool player'라고 부르는데, 제조업에서 다방면으로 잘 해낼 수 있는 기업, 그리고 사업가가 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계 3대 국제발명전 중 한 곳인 '2014 피츠버그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국내 특허출원도 2건을 완료하였다. 이 외에 '마루더함' 제품 전기안전인증 승인(KC, EMC)과 벤처기업 인증 등 이미 기술력에서 인정을 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작년 초 회사명을 '(주)마루더함'에서 '(주)파이브툴'로 변경함)
2015년 11월 말 '파이브툴'의 첫 번째 기술 제품인 '조립형 전기 매트'가 론칭될 예정이다.]
사실 저는 취업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리고 공부도 더 하고 싶었어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무엇인가 크게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공부하고 알고서 저지르고 싶었어요. 근데 마지막 학기에 정말 우연치 않게 학교 창업대회를 나가게 됐어요. 두 달 동안 거기에만 몰입했던 것 같아요. 1차 평가 때, 꼴등을 했던 아이디어였는데, 결국 우승까지 끌고 갔죠. 그리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어쩌면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지금의 순간’이라면 안 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아니면 좀 더 공부를 하고 했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해요.
그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어요. 기술 창업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죠. 맨땅에 헤딩을 했으니 시간이나 노력이나 배로 들어갔어요. 잘 아는 사람이 하면 한 달도 안 걸릴 것을 저희는 6개월 이상 걸렸거든요.
문과생이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한계점이 있던 것 같아요. 지금같이 하고 있는 친구도 이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교통학’을전공했거든요. 저희가 하고 있는 ‘전기 매트’는 공대 쪽에서 ‘전기’ 분야이지만, 그 안에서도 아주 세분화된 부분이에요. 전기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수 없이 많았어요. 더불어 저는 ‘문과’였기 때문에 이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선 전혀 다른 사고를 해야 했어요. 그때 괴리를 참 많이 느꼈죠. 어찌 보면 깡으로 버틴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여전히 계속해서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알면 알수록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배운 것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기도해요.
저희는 기존 전기매트의 문제점을 보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했어요. 조사를 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매트의 ‘안전성’을 가장 중요시 여겼고, ‘보관성’, ‘수리 및 폐기’ 그리고‘청소’에 어려움을 토로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문제들을 해결함과 동시에 좀 더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지금의 ‘조립형(결합형) 전기 매트’를 생각해냈어요. 어린이용 퍼즐 매트를 보게 됐는데,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음, 정확한 설명을 드리고 싶은데 전문적인 용어들을 써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간단하게 설명드릴게요.
우선 ‘안전성’에 대해 부분이에요. 대부분 전기매트는 AC발열체(교류 전류)를 써요. 근데 저희는 DC발열체(직류 전류)를 쓰죠. 이 차이점이 뭐냐면요. AC발열체(교류 전류)는 추운 겨울날 열을 빠르게 오르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전자파 발생이나 화재 위험과 같이 안전 사고를 일으키는 핵심 원인이 돼요. 반면에, DC발열체(직류 전류)는가열되는 시간은 다소 더딜 수 있지만, 전자파 발생이 없고, 더불어 고효율로 전기세 부담도 덜 수 있어요.
또한 직접 표면을 데우는 열선 방식(기존 전기매트)이 아니라 탄소섬유를 이용한 원적외선 온열방식(‘마루 더함’)이기 때문에 저온 화상의 위험도 적고요. 그리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컨트롤러 프로그램 설정으로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을 줄였고, 혹시 화재가 일어난다 했을 때도 AC 전기 매트에 비해 그 파괴력이 현저히 낮아요.
(*저온 화상이란 약 50~60도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일어나는 화상)
우선 조립형(결합형)은‘공간 활용도’를 높이죠. 작은 자취방이나 캠핑을 갔을 때도 자기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어요. 진짜 퍼즐처럼요. 추운 날 밖에 방석을 가져가는 대신, 조각 하나만 가져가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는 효율성과 휴대성도 높고요.
매트를 낱개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접지 않고 차곡차곡 쌓으면 편리하게 보관하실 수 있어요. 수리에 있어서도 한 조각이 고장 났을 때, 그 부분만 수리를 맡기면 되니까 편리하고요. 폐기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버리는 조각만큼만 사면 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죠.
요즘 전기매트 시장에서도 AC에서 DC로 바꾸는 추세예요. 그래도 우리가 그 트렌드보다 앞서 시작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하지만 주위에 창업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 투자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투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PT를 만들다 보니 진짜 창업으로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노하우만 계속 쌓이는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자본이 없으니까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없이도 론칭할 수 있다는 마인드도 필요한 것 같아요. 투자를 받아야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아니라 투자 없이도 해낼 것이라는 의지가 필요해요.
저희도 처음엔 투자를 받으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돈이 되지 않으면 바로 투자하지 않거든요. 제품이 어느 정도 완성되고, 심지어 제품이 나오기 바로 직전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만큼 진행시키려면 자본이 필요하거든요. 우리는 투자가 있어야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은 우리가 만들어야지 투자를 해주니까 서로 상충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돈을 빌려서라도,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위에 언급했던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에요. 그다음은 경제적 문제인데요. 저희는 처음에 다행히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을 받고 시작했어요. 처음 도전하신다면 이런 지원사업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투자를 바로 받으면 좋지만, 투자를 받기 전까지 어느 정도 역량을 쌓아야 하는데, 리스크가 적은 정부 지원을 받으면 조금 안전하게 할 수 있겠죠. 사관학교를 다닐 땐, 경제적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나오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 오더라고요.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적당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한 달 동안은 제조업임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만나 일하기도 했죠.
제 이름으로 처음 돈을 빌렸을 때에요. 창업 사관학교에서 투자를 받고 할 때는 언제든 그만 둘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기술보증기금에서 1억을 빌렸는데, 잠이 안 오더라고요. ‘아,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어떤 계약을 하게 될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흥정도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니까 실감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많은 희생을 안 치르고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하이테크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는 건 무리이고, 조금 도움을 받으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또는 내 가 전문 지식이 없다면, 전문 지식을 가진 멤버와 함께해도 좋고요. 누군가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도 공부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거고요. 그래서 팀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갔을 때, 300팀 정도 있었어요. 근데 1년 후 졸업할 때, 그 중 30%가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1년 정도는 더 버티는 기업이 70% 되지만, 그 1년 후엔 남은 기업 중 다시 70%가 포기한다고 하더라고요. 사관학교에 입교해서 지원 받은 아이템을 1,2년 후에 포기하는 거죠. 대부분 그냥 언뜻 든 생각으로 시작하잖아요. 실제로도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2주 동안 '머리로만 생각하면' 시장에 먹힐 수밖에 없는 아이디어로 합리화돼요. 이런 것처럼 들어가고자 하는 시장과 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뛰어들면 시간은 시간대로 보내고 지지부진 끌게 되면 결국 내려놓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잘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겠죠.
제가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에요. 전기 매트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전국으로 발품 팔며 전기 매트 업체를 돌아다녔는데 다들 왜 이렇게 어려운 걸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시장조사를 하고 공부를 나름 했다고 하더라도 기본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으니 무모하게 시작했던 거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전국을 돌아다녔고, 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좀 더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시작했다면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라는 건 아직 생각하지 않아요. 몸을 푹 담고 보니 적어도 3년 이상은 해보고 결단을 내려야겠더라고요. 대신 한 달 정도씩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포기는 아닌데, 발을 내디딜 힘이 없다는 느낌이 와요. 마치 중간고사 이후, 바로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싫은 것처럼 업체를 다 알아보고 하나를 해결했는데, 또 문제가 생기면 지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잠깐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죠. 요즘엔 오히려 조용하면 더 불안해요. 조용할 땐, 이거 어디서 더 크게 터지려고이러나 하면서요. 근데 그럴 때 정말 어김없이 일이 터지더라고요. (웃음)
창업하고 있는 이 자체가 참 좋아요.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또 창업 시작하면서 존경할 수 있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할 것들을 정말 많이 얻은 것 같아요.
정기운 대표님은 지금까지 만나온 대표님들과 달리 '제조업'으로 창업하신 분이었다. '서비스'가 아닌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또 다른 세계였다. 이 글에서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진 못했지만, 정기운 대표님은 우리가 그 세계를 어깨너머라도 잠시 볼 수 있게 해주셨다. 인터넷 기술기반이든 제조업이든 새로운 길을 창조해내는 것은 많은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기쁨인 '성장'을 선물해주는 듯했다.
기술에 대해 전무했더라도 '이왕 시작했으면 제대로 끝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오신 정기운 대표님. 지금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닌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얽매어 너무 많은 핑계를 댔던 것 같다. 다시 한번 우리가 '희망돌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곱씹어본다.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끝까지 해보자.'
by. 제이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