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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석 Oct 16. 2015

마윈도 했잖아, 우리도 할 수 있어!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만난 中 스타트업 'HJPoint'

베이징의  첫인상


베이징에서 우리가 지냈던 곳은 중관춘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TeaTree’ 게스트하우스였다. 중관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교통이 편리해 우리가 머물기에 최적인 장소였다. 우리가 베이징에 도착한 날은 매우 습하고 더운 날씨였다. 이런 날,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부터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타고 찾아갔다. 초행길이라 어떻게 찾아갈지 다소 막막했지만 다행히 그 게스트하우스의 매니저가 우리를 마중 나오기로 했고, 우리는 'Renmin university'역 앞에서 'Xichen'을 만날 수 있었다.

 

TeaTree 게스트하우스의 공동창업자이자 매니저인 'Xichen'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대학생으로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였다. 현재 그를 포함해 세 명의 대학생 친구가 그 게스트하우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세 명의 대표 매니저들은 게스트하우스를 '부업'으로 하고 있고, 각자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본업'이라는 것이었다. Xichen 역시 건축학도 답게 건축업에 관련된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현재는 그 일을 지속하면서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를 겸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현재 많은 중국 청년들이 정부의 지원과 성공한 선배들을 따라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으며, 그도 그렇게 도전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었다. 사실 우리는 중국에 가기 전, 사회주의라는 중국의 국가 시스템 때문에 그 속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보수적이고 경직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Xichen과의 길지 않은 대화를 통해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중국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Teatree'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중국 스타트업


18일가량 진행된 중국 일정을 소화하며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총 15명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났다. 거의 매일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우리는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독특한 모습을 보았다. 바로 10여 명의 청년들이 프로젝터 화면에 뭔가를 띄우고 열심히 토론 중인 모습이었다. 처음엔 대학생끼리 모여 친목도모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같이 구경하던 중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주요 안건에 대해 회의 중인 스타트업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그 광경이 재밌기도 했지만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10명이 훌쩍 넘는 대규모의 인원이었고, 이 정도의 인원이라면 사무실에서 회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왜 이들은 사무실이 아닌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에 계획에 없었던 인터뷰를 부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 쉬는 시간에 잠시 물을 마시러 나온 친구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그 친구는 우리의 요청을 흔쾌히 응해주었고, 그리고 그 친구의 소개로 스타트업 멤버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은 중국 스타트업 'HJPoint'의 이야기다.


어떤 회사인지, 어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지 설명 부탁해.


우리는 'HJPoint'라는 스타트업이야. 중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무선인터넷(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설립한지 1년 만에 엔젤투자를 받았고, 다음 단계로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지. 그 후에는 미국과 유럽까지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야.


여기 있는 인원이 꽤 많은데, 모두 같은 팀인 거야?


사실 이 인원도 전부가 아니야 더 많은 인원이 있는데 이번 회의는 이 인원만 진행하는 거지. 사업 초기에는 룸메이트, 클래스메이트 등 5명과 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수익이 나오고 엔젤 투자를 받으면서 지금은 20명 정도 되는 규모로 사업이  확장됐어.


'HJPoint'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대는 이떻게돼?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따져보니 평균 26살 정도 되는 것 같. 대부분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야. 그리고 몇 명은 박사 과정을 밟고 있. 학부생들은 대부분 인턴으로 일하고 있.


석사와 박사과정이라면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지 않아? 이 부근에 있는 칭화대나 베이징대와 같이 고학력의 학생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고 들었는데.


틀린 말은 아니. 이전까지 대부분의 고학력의 졸업생들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으로 취직했었어. 인터넷 대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에 많이들 취업하고 있.


하지만 최근에는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 정부의 정책 덕분에 그런 것도 있지만, B.A.T 그룹을 만든 창업주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은 듯 . 특히, 마윈에게 자극을 받은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마윈도 했는데 왜 나는 못해?’라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하고 있어. 그리고 고학력일수록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해. 마윈의 배경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 낸 마윈은 우리의 창업에 관한 동기부여에 큰 자극이 되고 있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


‘내 꿈’을 쫓을 수 있는 ‘내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 물론 큰 위험이 따르는 모험이지만, 우리는 이 일이 매우 유망하다고도 생각해. 여기 있는 우리 모두 ‘차이니즈 드림’을 쫓고 있는 셈이지. 그리고 우리는 차이니즈 드림을 이루는 가장 멋진 과정이 스타드업라고 생각해.


팀원 모두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거야?


연하지! 20명 중 3~4명 정도만 파트 타임(학부생 인턴)으로 일하고 있고, 모두 임금을  지급받는 정규직이야.


사무실이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 거야?


베이징에서 특별한 전경이 아닐 거야. 스타트업이 번듯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 게다가 우리처럼 인원이 많다면 더욱 어렵겠지. 그럴 경우 게스트하우스나 주변 상가의 공간을  대여해 회의를 진행하곤 해. 그렇지만 나쁘지 않은 것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나누고 네트워킹도 할 수 있기 때문이야. 이런 모습은 상하이나 선전(심천)은 어떨지 모르지만, 베이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이야.


중국을 가리켜 세계 속 또 다른 세계라고도 하는. 현재 중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어?


시장을 떠나 중국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 평범했던 산업과 분야가 어느 날 갑자기 유망해지고, 유망했던 산업과 분야가 또 급격히 가라앉기도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이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도태되는 경우도 많. 흐름이 너무 빨라 놓치기 쉽기 때문이지. 그래서 우리는 늘 더 긴장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려 .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


글로벌을 지향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중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 한국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부탁할게.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 중국 자체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 그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고 . 더불어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국에서 창업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보고.


한국 방송국에서 제작한 ‘슈퍼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억? 그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을 때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됐지. 그런데 ‘슈퍼 차이나’는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해. 영상에 비친 것만 보고 중국에 오면 절대 안.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중국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중국에서 창업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1~2년 정도 이곳에 머물면서 진짜 중국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 미디어와 현실은 달. 그것도 아주 많이. 더불어 중국 국가 정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야 . 중국에서는 정부를 무시하고는 절대 어떤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짧은 시간 내 해결하려 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중국인과 공동 창업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30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중국의 청년들은 창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 내 다수의 인재들이 창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망설임 없이 도전한다는 것이었다. 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그럴 능력이 되는 친구들이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향해 도전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사회주의 국가의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면 더욱더 신기한 모습이다.

HJPoint와의 만남을 비롯해 중국 일정을 소화하면서 중국 스타트업은 양도 많지만 질적으로도 수준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현상이 중국 전역에 걸쳐 일어난다면 중국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이웃에 있는 우리나라, 우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HJpoint와의 만남이었다.

by. 제이제이, 피제이

청춘남녀가 120일간 한국, 중국, 미국을 돌아다니며 44인의 창업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청춘남녀의 한중미 창업탐방기 :)

http://www.bookk.co.kr/book/view/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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