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욕심

by letitbe

웅덩이에 한참 고인 물처럼 마음속에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마음이 고여 있을 때가 있다.

설령,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독서광이 되어 볼까.

해서 좋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도 지금부터라는 시작버튼을 누르기까지는 두리번두리번 마음이 어수선하다. 시작의 틈을 노리고만 있다고나 할까.

그러다가 부지런히 아침을 시작하는 서울의 카페에 우연히 들러가게 되었다. 그 풍경 속에서 있는 이들은 모두 부지런했다. 그 풍경 속에 있는 나를 보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 또한 지금보다는 활기차게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언젠가부터였다.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세월이 빠르다는 세월타령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동적인 나를 선택하고 살고 있었다. 너무 당연하다는 듯 열정과 의욕을 조금씩 내 나이에 내주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이 부러워서 한번 공부해 보겠다고 영어책을 그렇게 샀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 나이에 영어공부해서 뭐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다. 그렇다고 무슨 미련에서인지 싹 버리지도 못한다. 집에 사 모은 영어책만 제대로 공부했어도 지금쯤 내 영어실력은 어마무시하게 유창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졌다.

또 성공한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내심 안심이 되었던 적도 있다. '나보다 오래 살았으니까 저 정도 되는 거지.' 뭐 이런 식의 내 편한 합리화를 가져다 붙이면서 위안을 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이제는 '내 나이에 뭐...' 이런 식으로 어설픈 나이 탓을 하면서 또 한 번의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 마치 나이가 들면 열정 없이 살아도 된다는 삶의 법칙이라도 있는 듯 말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님은 올해 연세가 70대 후반으로 얼마 있으면 80대를 바라보신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셔서 6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만하다. 최근에는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셨다. 공부에 늦은 때는 없지만 보통 그 연세면 시작할 생각을 안 할 것 같은데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매 순간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 열정을 본받아야 한다.

나이 드는 것이 싫다고 나이를 안 먹는 것도 아니고 이제 그 나이를 즐기는 법을 알아가야 한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들에게도 멋지게 내 나이를 즐기면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하니까 말이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시작해 볼 차례 같다. 아직은 내게 멋짐을 더 주고 싶다. 언제나 조금 더 잘 살고 싶은 반짝반짝 내 인생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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