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명절을 보내고 남는 하루를 알뜰히 써보려고 어수선한 집정리를 시작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짐이 없어야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고 이제는 최소한만을 갖추고 살고 싶다. 미니멀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접하면 부럽기도 하고 순간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면서 나도 모델하우스처럼 꼭 있어야 하는 것만 갖춰놓고 살아보겠노라고 생각은 하는데 정작 치운다고 정리를 시작해도 늘 물건들은 그대로인 것 같다. 이미 집안에 가득한 살림살이를 보니 답답해진다. 요즘 들어서 유난히 이사를 가고 싶은데 그럴수록 집안이 더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장기전으로 잡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하나씩 검토해서 버리거나 나눔을 해야겠다.
'진정 필요한 것인가'
그 쓸모에 대한 고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너무 먼 미래의 쓸모까지는 생각 말고 현재 시점을 기준점으로 잡고 생각해 볼 문제 같다.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언젠가는 손님 초대를 하겠다고 미리 접시도 사두곤 하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자. 점점 집에서 해 먹는 것도 귀찮아지는 요즘인데 앞으로 누군가를 초대해서 그 접시를 쓸 일은 더더욱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나를 타이르면서 참아야 하느니라. 예쁜 접시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매번 살 수는 없다. 휴일 귀한 시간을 집안의 살림살이를 정리하면서 이 시간이 좀 아깝기도 하고 이렇게 앞으로 반복적으로 정리를 하는데 에너지 쓰고 싶지 않아서 늘 해야지 하면서 생각만 하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미니멀하게 살자고 진심 어린 다짐을 굳게 하는 중이다. 있는 것으로 만족하자를 마음속 깊게 세기고 있다. 앞으로는 먹는 것 외에는 사는 것에 신중하기로 했다.
특히 좋아하는 '가방도 사지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가방을 정리하다가 오늘의 정리정돈이 시작됐다. 가방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양한 용도의 가방이 있다. 비싼 명품가방은 아니지만 사이즈별이나 계절에 따른 재질을 고려한 가방이 내 나름의 정해진 용도에 맞게 소소히 많다. 그러나 쇼핑은 여기까지만 하고 물욕을 차단하고 이제 있는 가방으로 알뜰히 사용해보려고 한다. 새로운 가방을 사면 기존에 좋아서 샀던 가방은 점점 구석에 박혀서 어느 날 문득 그 이전의 좋아서 샀던 가방이 언제 이런 가방이 있었나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욕구에 더 충실했던 것 같다. 정리정돈을 하면서 과소비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과소비란 명품가방을 팍팍 사거나 비싼 물건들을 과하게 사는 것을 과소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뭐 비싼 가방을 사는 것도 아닌데'하면서 오히려 더 쉽게 큰 고민 없이 소비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에 더해서 아무리 비싸지 않더라도 필요이상의 물건을 사는 소소한 쇼핑도 과소비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본다.
집안을 둘러보니 정리할 게 많다. 장기 프로젝트로 잡고 조바심 내지 말고 천천히 제 위치에서 그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마치 재활용의 달인처럼 당장 필요 없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고이고이 쌓아두며 아끼지 말자. '다음에 필요할 거야' '다음에 입겠지'하면서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 미니멀라이프에 동참하면서 앞으로의 단순하고 쓸모 있는 생활을 기대해 본다.
그러니까.
물건을 줄이다 보면
불필요한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마음과 생각의 여유 공간을 만들어주고
내 삶에 집중할 시간을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