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by letitbe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났다.

당장 나를 유혹할 것들이 많았다. 어쩌다 생긴 반나절의 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아는 지인을 만나서 커피 한잔을 하자고 할까. 늘 반가운 얼굴이니 언제 봐도 즐겁겠지만 얼마 전에 만났으니.. 수다의 한계도 있어서 너무 자주 만나도 같은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다. 오히려 귀한 사람을 너무 자주 만나도 식상해질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어느 날은 반짝 들기도 한다. 불변의 법칙, 적당한 것이 좋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엄마를 찾아가 모처럼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올까. 너무 좋아하실 텐데. 그런데 날씨가 비가 조금씩 내리니 날씨가 안 도와주네. 아무래도 엄마랑 데이트하기에는 날씨 좋은 날이 좋겠지... 그렇게 내 안에서 유혹을 물리칠 적당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언제나 보면 마음은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럼 노트북과 책을 챙겨서 좋아하는 카페에서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볼까. 모처럼 혼자 보낼 볼까. 갖은 생각들이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으나 운전대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로 달려가고 있었다. 진작부터 맛보고 싶었던 카야토스트가 맛있어 보이는 카페에 가서 커피와 토스트를 시켜서 놓고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 스트레칭을 좀 하고 가야겠다로 결정했다. 내향인으로서 내게는 이런 시간이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래야 일상의 충전이 되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나는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결국 나에게 넘어갔다.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 나로서는 혼자 갖는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 시간을 챙기는 것이 내적 갈등을 불러오는 은근히 힘든 선택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다행히 내가 내게 더 끌렸다. 구석으로 오랫동안 앉아 있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면서 두리번거려 보니 직장인이 평일에 맞이하는 이 여유는 무엇보다 달콤했다. 역시 잘한 것 같다. 가끔씩 이런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시끄러운 것으로부터 탈피하는 시간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롯이 내가 내게 주는 이런 시간이야 말로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여러 요란한 것들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지는 시간이랄까. 얽혀있는 뒤숭숭한 감정들을 다시금 정화시켜 주기에 좋다. 마치 파장이 일어난 강가의 흙탕물을 가만히 두면 시간이 지나서 고요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며칠 전부터 사고 싶었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아직 고민 중인데 그 책도 좀 살펴보며 책 쇼핑도 좀 하고 다가오는 가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계획도 좀 해보며 알차게 보낼까 한다. 점심을 대신으로 카페에서 카야토스트를 기대 잔뜩 하고 시켰는데 생각처럼 맛이 있지는 않아서 실망이었지만 내 입맛에 맞지 않아도 적어도 오늘은 괜찮다. 오늘 나는 나를 유혹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좋은 것을 하니 대단히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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