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먹지 말자 후추야.

비워내는 것도 방법이다

by letitbe


우리 집 반려견은 후추라는 이름을 가진 실버푸들이다. 갑자기 후추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속이 불편한 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힘들어하는 몸짓으로 결국 구토를 했다.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토한 내용물을 보니 고무지우개, 머리카락이 나왔다. 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인데 오전에 아들 방에 떨어진 고무지우개의 형체가 1/3 정도만 남아있더니 그것을 달게 삼킨 것 같다. 평상시에도 먹성이 좋아서 바닥에 뭐라도 있으면 다 먹어 치울 기세라 늘 우리가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날은 방심했다.

놀라서 토사물을 치우면서 나도 모르게 "잘했어. 후추야"했다. 괜찮은지 내심 걱정했는데 뱃속에 담아두지 않고 뱉어 낸 것이 기특했다. 다행이다.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야 할 것을 때로는 구분을 못할 수도 있지만 속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렇게 담아두지 말고 뱉어내는 것이 맞다. 반려견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아닌 것은 뱉어낼 줄 아는구나! 똑똑한 후추!' 하며 내심 후추칭찬을 하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도 이렇게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다 뱉어내는데....'

살다 보면 누군가가 뱉은 차가운 말이나 예의 없는 말과 행동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 둘 때가 있다. 시원하게 털어내려고 해도 때로는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마음 무거워지고 속상해지도 한다. 그럴 때는 '그러거나 말거나'로 생각하는 것이 답인데 마음을 털어내는 법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답답했던 적도 많다. 그런데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요즘은 소화가 되지 않는 말이나 상황들을 의식적으로 비워내는 것이 전보다는 가능해졌다.

한 겨울 나뭇가지에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것도 한계에 달하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뭇가지가 꺾어져 버리기 마련이듯 무너져 내리기 전에 마음도 무거워질 것 같으면 털어내야 한다. 마음속에서 소화가 되지 않는 마음은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후추처럼.'




그러니까.

소화할 수 없는 것은 담지 말자.

비워낼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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