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하나를 내가 내게 선물했다. 사기 전에는 사기만 하면 많은 글들을 쓸 것처럼 빨리 사야 한다고 마음만 조급했는데 막상 노트북을 산 지 벌써 1년이 넘었고 1년 동안 노트북을 열어 본 횟수는 몇 번 안 된다. 민망할 정도로 사놓고 완전 방치상태였다. 이렇게 방치했다가는 한순간 시대를 비껴가는 고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직은 생각이 정리가 안 됐어. 좀 더 생각하고 다음에 잘 써야지.' 하면서 먼발치서 노트북만 쳐다보면서 그렇게 1년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바라만 보면서 마음이 다 잡히는 적당한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적당한 때의 기준은 어디에도 없었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시간만 하염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적당한 때란 과연 언제일까'
계속 미루기만 하던 나를 냉정하게 돌아봤다. 어느 누구도 지금부터가 바로 그 적당한 때라고 알려주지는 않는다. 적당한 때는 정해진 날짜와 시점보다는 어쩌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 순간부터가 적당한 때인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마음이 섰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노트북에 시동을 걸었다. 언제일지는 모를 언젠가에 기대를 두지 않기로 했다. 예측할 수도 없고 아예 그 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시간을 더는 적당한 핑계로 삼지 않기로 했다.
시작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적당한 때보다는 얼마나 간절하냐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너무 많은 생각은 불필요한 것 같다. 망설이는 이유를 생각하니 시작하려고 할 때 한 번에 잘하려고 하는 욕심도 한몫을 한 것 같다. 잘하려는 생각이 앞서다 보면 생각은 많아지고 자신감만 없어져서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하고 마음만 초조해질 뿐이다.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이니 편하게 쓰자고 하면서도 내심 글을 쓸 때도 그랬다. 이왕 쓰는 거 '잘 써야지'라는 마음이 먼저 들면 단 한 줄의 시작도 어렵고 어떤 글을 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말문이 막혀버리면 초심으로 돌아가서 잘 쓰고 싶은 마음을 버리자 하면서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을 쓰는 마음도 한결 가볍고오히려 글이 잘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