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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May 24. 2024

100-12, 울며떨리는 산문시> 잔디는 매만지는 거야

경고 잔디 위에 앉으면 안 된다의 뜻

잔디 위 앉으면 안 된다

잔디 위 걸으면 안 된다

뭐 그런 경고 마구 무시한 적 있지요

대신 잔디를 손으로 만져보세요

촉촉하게 젖은 잔디가 온몸으로

부르짖음을 만져보세요

이렇게 욕심 바람없이 살아요 이슬만 먹고 살아가요

밟아도 뭉개어도

무너지지 않아요

새벽까지 견뎌내고 물먹은 초록빛으로

다시 반짝이면 되지요

그거면 족해요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어요

모두에게 푹신하다는 것

빗질 안 해도 위로 뻗어있으려 한다는 것

새들도 곤충들도 반기는 잔디로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을

그런 잔디 만져주세요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셔요


잔디는 기울어질 뿐이지 절대 쓰러지고 포기하지 않습니다. 

잔디는 밟아도 짓눌려도 다시 굳세게 살아냅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서있기 때문입니다.

잔디는 부르르 떨지라도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기에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잔디를 손으로 매만져 주지 못한 것이 오만하였습니다. 



잔디는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메말러가도 견뎌냅니다. 

가장 낮은 식물이기에 속상해도 버텨냅니다. 

오로지 새벽이슬 먹고 자랍니다. 

어쩌다 오는 빗물에 감사할 줄 알기에 반짝이는 윤슬을 머금어 봅니다.



겨울에 잠시 노랗게 물들이지만, 봄을 준비하였던 겁니다.

봄부터 초록빛 머금어 이슬 한 모금이면 생명력을 뽐내어 봅니다. 

잔디는 그렇게 공원의 주인공 자리 사람들에게 내어주었어요. 

푸른 공원에 사람들에게 무대 내어주는 조연으로 만족합니다. 

잔디는 신발 발자국에 뜯겨나가도 움켜쥘 욕심이 없습니다.   

잔디에 앉아서 푸른 내음 맡고 명상 호흡 해봅니다

명상 속에 흘러들어 가는 잔디의 초록향기 

가슴을 물들입니다

들숨과 날숨에 잔디의 입김 묻어납니다

잔디의 인내심, 잔디의 너그러움 선잠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곳에 묻혀서 잔디의 꿈 꾸게 됩니다

그 꿈은 세상 모든 영양분 끌어안는 땅의 피부가 됩니다

지구촌 모두 잔디의 피부로 물광 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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