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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프맨작가 Nov 02. 2024

<감성 수필> 내 마음의 우산 우산 속 아름다운 세상

낭독전문가의 음성 오디오 들어보세요. 

<네이버 블로거 작가님,  낭독전문가 시몬스텔라님의 목소리입니다.>


언제나 준비성 최고, 우산을 챙기는 아내는 나와는 정말 성격이 딴판인 종족입니다. 내가 속한 종족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준비성 없고 무덤덤하게 비를 맞는 종족이니까 이종결합인 셈이지요. 아내는 늘 작은 우산을 친환경 면 가방에 넣고 나들이를 합니다. 나와 함께 나들이를 할 때면 내 것도 챙겨서 부부 커플용 친환경 면 가방에 넣어줍니다. 



우산은 연인도 가족도 부부도 한데 묶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비라도 오면 그 한 개의 우산에 찰싹 달라붙어서 우산 속 안의 세상을 공유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한 지붕이 됩니다. 









우산은 360도 촘촘하게 박혀있는 우산살들이 동그랗게 모아져 자그마한 크기로 변신하게도 됩니다. 그렇게 침묵하다가도 그 우산살들이 펼쳐져서 하늘을 가려주면 그 안에 두 사람은 숨소리마저 들리는 사이로 만들어냅니다. 휴대용 지붕 우산 속에 연인들의 사랑이 꽃피우게 되니 마법의 도구입니다. 




우산을 달고 다니기 귀찮은 종족의 남자는 때때로 가는 비를 맞고 쏘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어려서는 그것이 재미였고 낭만이었지요. 심지어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를 빙의한 춤을 빗속에서 춘 적도 있었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이었답니다. 중년이 되어서도 그렇게 하려면 비 사이로 막가는 용기가 없어집니다.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먼저 찾게 됩니다. 우산은 정말 비 오는 날 우리에게 필수적인 존재이기에 고마움을 잊고 살면 안 되겠습니다.  하지만 종종 개인날만 사는 것처럼 우산의 고마움을 무시하고 없이도 산다고 오만해집니다. 사람들은 언제고 다시 비 오늘 궂은 날을 만날 것인데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을 우산이 경고합니다. 









우산은 지팡이가 되어 영국 신사의 멋으로 알던 때고 있었지요. 양산은 숙녀들의 패션 아이템이 되기도 하고, 여인들의 피부 보호에 최고의 서비스를 준답니다. 우산은 기능적으로나 패션의 풍경에서나 우리들 모두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어줍니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AI 인공지능 시대라도 우산 없이 못 삽니다. 우산 없이 비 오는 날 거리를 걷는다면 모자란 사람이 되니까 기본적인 모양새를 갖추는데도 우산은 품격 있는 소품이 된답니다. 









가을비가 내립니다. 12월 연말이 가까워 오고 더 추워지면 눈이 쌓이겠지요. 우산을 펼치고 거리를 걸어봅니다. 우산 속이 아늑하고 그 안의 공기는 따뜻합니다. 궂은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우산 하나면 낭만이 넘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우산 속에서 걸어줄 동반자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혼자면 어떻습니까? 우산대에 손을 꼭 쥐고 비 내리는 길을 걸으면 수줍은 사람도 시인이 됩니다. 얼굴 드러냄 없이도 흙냄새를 맡고 희석된 공기를 마시니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우쭐해집니다. 깊은 가을 속으로 초겨울 속으로 들어가지만 든든한 우산 때문에 춥지도 외롭지도 않습니다.   









우산을 갖지 않고 비 맞는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싶은 공유 공간, 우산은 공감이고 사랑입니다.  어린 시절 우산 안에서 불장난을 하던 그 아이가 지금은 우산 같은 사랑으로 세상에 따뜻한 글을 적는 작가로 삽니다. 이 글쓰기가 우산이 되어 궂은 날에 우산 속 같은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비바람이 치는 폭풍의 언덕 위에 서있더라도 우산에 의지하면서 잊지 말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흐리고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씨에도 우리의 마음을 움츠리지 말고 우산처럼 펼쳐야 하겠다는 것을 압니다. 펼치면 나를 담게 되고 비바람이 와도 세상을 흔들림 없이 안전하게 보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우산과 같다. 펼쳤을 때 가장 쓸모가 있다. 


- 발터 그로피우스 (독일 출생의 건축가이자 산업 디자이너이며, 현대 건축의 거장)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비가 오네요. 가는 손님을 더 머물게 하려고, 또 오는 손님 빨리 오게 하려는 재촉의 비입니다. 시월의 가을이 지나면 차거운 겨울이 더 빨리 오겠지요. 시월이 지나면 정말 11월 12월 올해도 두 달만 남게 됩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우산을 펼쳐서 함께 걸어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산과 같은 마음을 갖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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