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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청천벽력, 돋보기 눈안경, 가까운 것 안보여도..

가까운 것 주변을 볼 수 있는 행운..


"노안이세요!" 안과 의사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헌번재판소급 판정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나이에 무슨 노안? 나의 눈은 50대초까지 1.5를 유지하던 빼어난 시력을 자랑하였는데...


아직도 멀리있는 것들은 잘 보이는 초인 시력이 어쩌나 이렇게 되었는지 자존심 상하였다.



그렇게 4년 전에 시작된 돋보기 안경과의 인연은 질기고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의 눈이 되었다.



업무차 여행하는 동안 좋아하던 돋보기를 잃어버렸다. 눈을 잃고 책을 보거나 휴대폰을 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였다. 노안에 돋보기를 쓴 지 벌써 4년째가 넘어간다. 이제는 돋보기라기 보다 제2의 눈 존재가 되었다. 불편함이 아니라 친근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된 돋보기안경이 내 곁에 필수 동반자가 되었다.




지난번 출장 여행에서 이틀 동안 돋보기 없이 살아보니 눈의 역할을 되찾아준 돋보기안경의 고마움을 글에 적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돋보기안경에 흐릿한 눈이 휴대폰의 블로그 글들을 다시 보기 시작하였다.



이런 광명이 어디 있을까? 멀리만 보라고 있는 눈이 아니지 않는가!


가까운 곳, 특히 글자들을 읽을 수 있는 광명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무엇보다도 다시 컴퓨터 화면에 글을 적을 수 있게 되었다.


돋보기안경의 힘으로 글을 오래도록 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눈에 팔자주름같은 힘을 주지 않고 돋보기안경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돋보기안경에는 특별한 안전장치를 하였다.


황금빛 찬란한 안경테에 달린 줄이 목걸이가 되어 걸려 있다. 이제 내 몸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다.




대략 5년여 전쯤 안과에서 노안이라는 판명을 받았을 때,


돋보기를 써야 하는 신세라고 스스로 한탄하였을 때,


책을 읽을 때, 휴대폰의 글자를 읽을 때 흐릿한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얼마나 의기소침했었는지 기억이 난다. 그때 돋보기를 만났다.


1년 이상 돋보기 없이 버텨보려고 무던히도 많은 갈등을 겪었다.


노안을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요, 너무도 좋았던 내 눈 시력에 대한 맹신이 두번째였다.



돋보기안경을 매일 사용하면서 일하고 읽고 배우고 글쓰기를 한 지 4년쯤 지나니까,


이제는 돋보기안경 없이 생활할 수 없을 만큼 친해졌다.



사무실에 한 개, 방에 한 개, 휴대용 한 개 그렇게 여러 개를 준비하였는데,


그럼에도 좋아하는 가장 편안하게 보이는 돋보기를 선호하였다.


그 돋보기는 갈색의 두꺼운 테두리를 가진 빈티지풍이었는데, 업무차 여행 중 잊어버렸다.


아마도 공항 검색대, 수하물 검사를 하는 도중에 흘린 것 같았다. 안타깝게 이별하고 말았다.


2년 가까이 사용한 폼나는 돋보기 안경이었는데, 내 눈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쉬웠다.



이제 새로운 돋보기는 황금색의 얇은 테를 가지고 있다. 새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며칠 지났다.


여전히 이전 것이 그립지만, 새로운 돋보기안경과 열심히 교류하면서 적응 중이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는데 돋보기는 제2의 눈, 나의 마음의 눈까지 열어준다.


그만큼 눈이 노화되어 가는 것에도 익숙해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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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소중한 만큼 돋보기안경도 소중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책읽기,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고 더 많이 읽고 쓰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이렇게 소중해진 나의 반려자 돋보기안경을 곁에 두고 독서와 글쓰기로 여행을 살 것을 다짐해 본다.






우주를 들여다보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보다


못하지 않아!



내 눈으로 글자를 보고 적을 수 있는


돋보기 안경의 세상


고맙고 아쉬운 결핍이지만


찬찬히 보는 세상이


가까운 곳 더 깊게 보이네



세상은 내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지


돋보기의 눈이 한번 더 멈추게 해주네..


돋보기는 미세 세상의 우주로 만나네


<호프맨 작가의 깨달음>







글을 쓰려는 사람은, 독서의 기품 있는 취미로 성장하는 사람은,


컴퓨터와 자판기에 친한 사람들은, 책을 집필하는 작가는


돋보기안경이 필수가 된다. 어느 장식품보다 소중한 깊어가는 세월의 증표다.



돋보기 안경 제 2의 눈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 한 가지 크게 깨닫게 된다.


젊어서는 멀리 보고자 하였지만, 중년의 중반이 지나면서 가까운 주변을 더 살피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은 노안을 갖게 되는가 보다. 먼 나라에서 찾을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을 보라는 명령이다.






멀리만 본다고 세상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것을 특히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어야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


가까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법,


돋보기안경과 친한 사람은


내밀한 나를 치밀하게 보게 된다!


<호프맨작가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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