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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건 용서하는 것도 돼. 한두 번 용서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용서하는 거야" (p.105)
"사랑한다는 것은 용서하는 거야" (p.153)
"타인에게는 깊은 인내를 가지고 관대하게 대하라. 당신도 남이 참지 않으면 안 될 결점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p.174)
"인간이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야. 신이 아니거든. 같은 지붕 밑에서 산다는 건 서로 용서하며 산다는 것을 뜻한다" (p.226)
저자 미우라 아야코는 일본 훗카이도 아사히가와 시에서 태어났다. 7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다가 패전 이후 국가의 기만적인 교육에 회의를 느끼고 교직을 떠났다. 그녀는 기독교인이었으며 잡화점을 운영하며 꾸준히 글을 써오던 중 「빙점」이 히트 치면서 문단의 각광을 받았다. 「양치는 언덕」은 「빙점」 과 함께 미우라 아야코의 대표작이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빙점」을 쓰기 전,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상황쯤 잡화점에서의 에피소드가 있다. 자신의 잡화점이 잘 되고 맞은편의 잡화점은 손님이 없는 것을 보고 미우라 아야코는 자신의 가게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없앴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맞은편의 잡화점으로 손님들이 찾게끔 말이다.
이 책은 나오미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인물들이 오각 관계를 이룬다. 여신이라는 단어 이상으로 아름다운 나오미를 좋아하는 다케야마 선생님과 그의 친구 료이치. 다케야마를 좋아하는 료이치의 동생 교코. 료이치를 좋아하게 된 데루코. 운명의 장난인 양 그들은 서로 간에 관계가 얽혀있어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다케야마 선생은 자신의 제자인 나오미에게 사랑에 빠진다. 나오미는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로 아직까지 자기 자신을 모르고 세상을 모른다. 더해서 사랑에 대한 감정도 모른다. 다케야마는 고백을 하려고 했으나 자신의 절친인 료이치가 먼저 나오미에 대한 감정을 말한다. 하는 수 없이 다케야마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게 된다.
알고 보니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료이치. 그는 나오미에게 많은 상처를 입힌다. 나오미는 료이치와 만난 것을 후회하고 경멸하기까지 한다. 나오미의 아버지는 목사로써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오미 너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용서를 받았고 성인군자와 같은 아버지 역시 용서를 받았음을 밝힌다.
용서. 우리는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그는 나를 용서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종교가 없기에 간혹 '인간은 모두가 원죄가 있다'라는 말이 이해가 안 됐었다. 그 답을 「양치는 언덕」에서 찾을 줄은 몰랐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한 우리 모두 잠재적인 가해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의도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태어나기만 했는데도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서는 친구인 교코가 너무나 이쁜 나오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무 이쁜 꽃은 주변의 꽃을 볼품없게 만들어..." 이쁜 꽃이 이쁘게 자라고 싶어서 이쁘게 자랐을까. 그저 그렇게 탄생한 것일 뿐인데.
아무튼 기대한 것에 비해 많은 깨달음을 얻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