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던졌는지 모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을 얻고, 몇 번의 이직을 겪고,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멍하니 있을 때도 그 질문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습니다. 정해진 길 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조심조심 걸어온 시간이었기에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늘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조지 버나드 쇼).” 너무 익숙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제 마음에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나’라는 사람을 발견하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마치 정답이 어딘가에 정해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살아왔던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은 그런 저에게 아주 다른 시선을 제시했습니다. 나는 나를 찾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제 삶의 전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요즘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자기 계발서나 강연에서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MBTI 테스트를 수없이 하며 내가 왜 이런 성격을 갖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때론 “아, 나는 원래 이런 스타일이니까”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성격유형 결과를 마치 진리처럼 믿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나의 진짜 모습은 어딘가에 숨어 있고 그것만 찾아내면 삶의 방향도 명확해질 거라 여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삶은 나를 발견하는 여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새롭게 창조해 가는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못해”라는 말이 입에 붙어 있었습니다. 낯선 일을 앞두고 주저하거나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생겨도 “나는 내성적이라 그런 건 잘 못해요”라며 한 발 물러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건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 해본 것이었습니다. 그런 프레임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전 회사에서 처음으로 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사실 저는 숫자나 분석 쪽에 더 익숙했고 기획 같은 일은 제 성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팀에 변화가 생기면서 제게 그 일을 맡기게 되었고 처음에는 불안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기에 꾸역꾸역 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결과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도 “생각보다 기획 잘하네?”라고 해주었고 그때 처음으로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몰랐던 능력이 있었던 걸까?’
그 일을 계기로 저는 ‘기획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을 해본 적 없던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그동안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고정된 틀이었는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나의 능력이나 성향이란 건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경험을 하느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내 안에 숨겨진 보물이 있어서 그걸 찾아내면 진정한 내가 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보물은 어디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지금 제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제가 선택한 일들과 경험의 결과물이라면 앞으로의 삶도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완성된 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여전히 부족하고, 종종 방황하며, 예상치 못한 실패를 겪기도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는 그 모든 경험이 나를 창조하는 재료라고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수도 두려움도 때로는 무료함까지도 저를 만드는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매일의 삶이 훨씬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잘할 수 있을까?’보다는 ‘이걸 통해 어떤 나로 바뀔 수 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 생각은 제게 아주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더 이상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나는 가능성이다라는 믿음은 제가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삶을 창조하는 존재로서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나는 도대체 뭘 잘하는 걸까?” 혹은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만큼은 질문을 조금 바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어떤 나를 만들고 싶은가?”라고요.
발견은 이미 정해진 무언가를 찾는 것이고 창조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나를 만들어가는 창조자입니다. 어제까지의 내가 어떠했든 오늘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지 버나드 쇼가 말했듯 삶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정해진 답을 찾느라 지친 마음이라면 이제 그 퍼즐을 잠시 내려놓고 오늘부터 새로운 조각을 하나하나 그려가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