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다른 책으로 이끌 때, 독서는 비로소 깊어진다

by 오동근

한 권의 책을 읽다가 그 안에서 언급된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생각 든 적 있으신가요? 그 제목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돌고 괜히 서점 검색창에 한 번쯤 입력해 보게 되는 경험. 저는 그 순간이 독서의 진짜 재미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느낍니다.


최근에 저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펼쳤습니다. 쉽지 않은 책이죠. 솔직히 말하면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마르셀 프루스트가 신문을 비판하며 우리 삶에서 정말 본질적인 것을 말해주는 건 소수의 위대한 책뿐이라고 언급하는 대목을 읽다가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그가 거의 ‘원픽’처럼 언급한 책이 바로 팡세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프루스트가 이렇게까지 말했을까?’


우리는 독서를 ‘많이 읽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몇 권을 읽었는지 얼마나 두꺼운 책을 완독 했는지에 집착하기도 하죠. 체크리스트에 줄을 긋는 것처럼 책을 읽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습니다. 독서의 깊이는 권수가 아니라 연결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많은 분들이 “어려운 고전은 나랑 안 맞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고전을 ‘시험 보듯이’ 읽으려고 해서 힘들었던 건 아닐까요? 모든 문장을 이해해야 하고 끝까지 읽어야만 성취라고 생각하는 오해 말입니다. 사실은 호기심이 닿는 부분만 읽어도 괜찮습니다. 중간에 멈춰도 괜찮고요. 중요한 건 그 책이 또 다른 질문을 던져주느냐입니다.


저는 요즘 ‘책이 소개해 준 책’을 일부러 적어둡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 하나씩 찾아봅니다. 그렇게 읽다 보니 독서가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탐험이 되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숨겨둔 보물을 살짝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프루스트가 팡세를 언급해 주었듯이 어떤 책은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줍니다. 그 문을 열지 말지는 우리의 선택이지만 저는 열어보는 쪽을 택하고 싶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삶도 비슷했습니다. 한 사람의 추천, 한 문장의 문장,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모든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미 누군가가 길 위에 작은 표지판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그걸 발견하는 순간 삶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변합니다.


독서는 결국 연결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권이 또 다른 한 권을 부르고, 그 책이 다시 생각을 부르고, 그 생각이 결국 삶을 조금씩 바꿉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한 권 속에서 발견한 또 다른 제목 하나면 충분합니다.


혹시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으신가요? 그 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의 이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세요. 그 호기심이 어쩌면 여러분을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도 그렇게 책이 소개해 준 다음 책을 향해 조용히 손을 뻗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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